아역으로 데뷔하여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온 정태우는 무려 8편 이상의 사극에 출연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비운의 왕인 단종 역할만 5차례나 맡아 ‘단종 전문 배우’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단종 역을 많이 맡아서인지, 그가 많은 캐릭터들은 일찍 숨을 거두거나 폐위를 당하는 등 한 많은 삶을 살다 가는 경우가 많다.
‘대조영’에서 대조영의 아들 검이의 미래는 불분명하고, ‘태조왕건’의 소년 책사 최응은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 역할이었다. 최응은 신동으로 자라 궁예의 책사를 지내다 왕건의 책사로서 인생을 마감한 인물로, 정태우는 세상 일을 모두 다 알고 있는 듯한 해맑은 눈빛, 마음 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얼굴 표정,어떤 난관에도 동요를 보이지 않는 심리연기 등을 통해 쟁쟁한 선배들 속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고려시대 무신집권기를 다룬 ‘무인시대’에서 맡았던 제 21대왕 희종은 당대의 다른 왕과 달리 예법에 따라 정식으로 왕위에 올랐지만 당대의 권력자 최충헌이 실권을 잡아 왕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불행한 왕이었다. 결국 재위 7년만인 31살 폐위당하고 만다.
‘용의 눈물’의 이방번 또한 불운한 삶을 살다 간 인물.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 강씨의 사이에서 태어난 방번(무안대군)은 제 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났을 때 17살의 어린 나이로 살해당하게 된다.
‘설중매’, ‘한명회’, ‘왕과 비’ 등에서 정태우는 모두 단종 역을 맡아 연기했다. 단종은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가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상왕이 되다가 성삼문등이 단종 복위운동을 펼치자 세조에 의해 서인으로 강등되었고, 16살의 나이에 자결을 강요당하는 비극적인 삶을 산 임금이었다. 정태우는 그의 성장과정에서 각기 다른 모습의 단종을 보여주며 호응을 받았지만, 여러 번 같은 역을 연기하며 생긴 ‘단종’ 이미지를 벗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여인천하’ 후반 부에 등장한 인종은 중종의 맏아들로 어진 정치를 펼치려 했지만 병약하여 포부를 펴지 못한채 30세에 죽게 된다. 또한 광해군을 주인공으로 한 ‘왕의 여자’에서는 광해군의 아들 질 역을 맡았으나, 세자 책봉을 받은 질은 광해군이 폐위 될 때 함께 폐위되어 유배, 이후 사약을 받고 죽는다.
1) 대조영 - 발해 - 검이 역, 2007
2) 태조 왕건 - 통일신라~고려 - 최응 역, 2000
3) 무인시대 - 고려 무신집권기 - 21대왕 희종 역, 2003
4) 용의 눈물 - 조선 태조 - 이방번, 1996
5) 왕과 비 - 단종 - 단종 역, 1998
6) 한명회 - 단종 - 단종 역
7) 왕과 나 - 성종~연산군 - 연산군 역, 2008
8) 여인천하 - 중종~명종 - 인종 역, 2001
9) 왕의 여자 - 광해군 - 페세자 질 역,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