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풍경은 매혹적이다. 동화같은 성 뒤편으로는 공중으로 치솟았다가 단번에 땅으로 내리꽂는 ‘자이로드롭’, 황금색 돔이 솟아오른 기암괴석을 뚫고 놓인 레일을 따라 질주하는 ‘아트란티스’가 있고 온갖 탈것들로부터 비명과 탄성이 쉴 새 없이 쏟아져나온다. ‘면적대비 방문 인구수’로 따지자면 전국 최고 수준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47번지 석촌호수의 인공섬 롯데월드 매직 아일랜드.
이곳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개장 때 서울 송파구와 롯데월드 사이에 맺어진 20년 토지무상 임대계약이 오는 2010년 3월로 끝나면서 ‘땅 주인’ 송파구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는 “계약 만료 뒤 계획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놀이시설 완전 철거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송파구 “완전히 철거하고 자연공원으로 만들 수도”
매직 아일랜드는 송파구 소유인 석촌호수의 서호(西湖) 가운데 섬에 펼쳐진 1만9191㎡ 넓이의 놀이동산이다. 실내공원인 ‘어드벤처’와 함께 롯데월드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으며, 두 곳은 구름다리와 모노레일 궤도로 연결된다.
사업자인 ㈜호텔롯데는 탈 것 등 일부를 뺀 건축물 대부분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1990년 20년 무상사용 계약을 맺었다. 대신 송파구는 롯데월드로부터 연간 15억원 안팎의 토지사용료 등을 걷었다.
아트란티스 궤도가 놓인 동굴, 혜성특급의 지하 고속궤도가 들어선 땅 밑 공간, 놀이시설의 조종실과 기계실, 야외무대 등 거의 모든 ‘하드웨어’는 송파구로 기부채납되는 재산이다. 반면 롯데월드가 소유권을 가진 것은 8인승인 아트란티스의 롤러코스터와 48인승 고공 파도타기, 16인승 똘똘이 해적선 등 움직이는 탈 것 정도다.
매직 아일랜드에는 ‘아트란티스’와 ‘자이로스윙’ ‘자이로드롭’ 같이 스릴 만점의 탈 것들이 몰려있어 롯데월드 손님은 대부분 어드벤처와 매직 아일랜드를 오가며 즐긴다. 하지만 계약 만료 시한(2010년 3월 22일)이 다가오면서 “석촌호수의 자연환경을 위해 원상복구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송파구는 세 가지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첫째 재(再)위탁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롯데가 매직아일랜드를 다시 맡을 수도 있고 새 사업자가 들어올 수도 있다. 송파구는 “롯데와 다시 계약을 맺어도 더 이상 무상사용은 없고 정해진 임대비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송파구가 기부채납 받은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공영(公營)’ 놀이동산으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레일 등 움직이는 놀이시설을 다시 까는 등 거액의 구 예산(초기 투자비 800억원·유지관리비 연간 150억원)을 들이는 것에 대한 논란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세 번째는 모든 인공 시설을 다 뜯어내고 녹지공원으로 조성하는 것. 이 경우 철거·복원에 들 비용은 8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안으로 결정되면 강북구 번동 드림랜드에 이어 놀이동산을 철거해 공원으로 바꾸는 두 번째 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중 하나인 롯데월드가 ‘반쪽’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 여론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롯데월드 "서울의 관광명소로 계속 운영 희망"
'세입자' 격인 롯데월드는 "계약 만료 후 계획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지만, 현재와 마찬가지로 매직아일랜드를 위탁 운영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그동안 어드벤처와 매직아일랜드의 시너지 효과에 힘입어 이곳을 찾는 연간 480만명의 관람객 중 외국인이 10%에 달하고 있다"며 "서울의 매력적인 관광 자원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송파구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