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李明博)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을 11일 앞둔 8일 자신의 고향인 경북 포항을 포함, 경주와 울산을 차례로 찾아다니면서 ‘강화도 총기탈취’ 사건으로 중단했던 거리유세를 재개했다.
경북 포항의 경우, 이날 유세가 열린 포항역 앞에 시민과 지지자 등 2만명(현지 경찰 추산)이 이 후보를 보기위해 몰려들었다. 이들은 손에 태극기와 ‘포항의 태양’이라고 적힌 태양 모양 피켓을 들고 “이명박”을 연호했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장에서 고향의 지지자들로부터 “힘내라”는 의미로 오징어와 과메기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이 후보는 몰려든 시민들에게 “고향 여러분을 믿었기에 그동안 자주 오지 못했다”면서도 “그동안 지칠 때마다 포항에 계시는 여러분을 생각하면서 용기를 얻었다. 포항 출신인 내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수많은 난관과 장애물을 넘으면서 쓰러지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은 다 여러분의 사랑과 지지 덕분”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 마지막 용기를 달라. 대통령이 된다면 새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며 “여러분이 출마한 것과 같은 마음으로 도와달라.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고 했다. 또 “대한민국의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면서 “포항 시민이 힘을 모아서 새 시대를 열어달라. 여러분의 힘으로 12월 19일 압도적인 승리를 이뤄내 고향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 후보와 동행한 포항 출신의 이기택 당 상임고문(전 민주당 총재)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나갈 이명박 후보와 여기 모인 여러분, 그리고 내가 다같은 포항 사람이라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여러분이 투표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지 않고 전국에 이 후보를 알리는 선거꾼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이 후보 지지선언과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몽준 의원도 이날 “포항 시민들은 이명박 후보가 포항 출신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정치가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이제 이를 바꿀 후보는 이명박 후보”라고 했다.
이후 이 후보는 자신이 어린시절 노점상을 했던 포항 죽도시장을 찾아 점심식사를 한 뒤 경주역으로 이동해 이날 두번째 거리유세를 가졌다. 또 울산에선 상공회의소를 찾아가 지역 기업인들에게 “일자리 창출도 결국 기업이 하는 것이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서 우리 사회에 만연된 반(反)기업 분위기를 친기업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한 뒤 울산 현대백화점 앞에서 이날 세 번째 거리유세를 벌였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젊은 시절 여기서 차를 타고 정주영 회장님을 졸졸 따라다녔는데, 이제 그 도시가 산업의 중심지가 됐다”며 “울산 같은 도시가 우리나라에 몇 개 더 있었으면 좋겠다. 울산에는 조선업계 세계1등인 현대중공업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이 지도자를 잘못 만나서 나라가 어렵게 됐다”며 “울산 시민들이 저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셔서 정권교체를 한다면 지난 10년 간 잘못된 것들을 시정하겠다”고 했다.
정몽준 의원도 나서 “이명박 후보는 시베리아, 중동 등에서 다 일해본 지도자”라면서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서 위기의 이 나라를 지키자”고 했다. 그는 이어 “나가자, 이기자, 세우자”를 외치면서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이날도 경찰 경호팀이 이 후보에 대한 삼엄한 경호를 하는 모습이었다. 거리 유세장 인근 건물 옥상에는 경찰이 곳곳에 배치돼 망원경을 들고 주변을 살폈고, 경호팀은 이 후보 옆에서 기관단총이 들어있는 가방과 방탄판을 들고 있었다.
이 후보측은 이날 원래 일정에 있던 오전 포항 구룡포 과메기 덕장 방문과 오후 울산 효문공단내 중소기업 방문 일정을 취소하는 한편, 경주역과 울산시내 유세에서 이 후보의 참석여부를 행사시간에 임박해 최종 결정하는 등 경호에 신중을 기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1만 여명이 모여든 경주역 유세에선 “요즘 세상이 시끌시끌해서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유세를 다니지 말라고 하는 데 포항, 경주, 울산은 고향이어서 왔다. 저 때문에 경찰이 비상이 걸려 고생이 많다. 고맙다”면서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