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초빙교수로 위촉된 후 1년간 두 차례 강의에 3600여만원의 급여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와 한양대 측은 “대학 자체 기준에 의한 판단” “다른 초빙교수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교수’들은 각각 어떻게 다를까. 이 후보가 맡았던 ‘초빙교수’란 무엇이며, 일반적인 교수와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보수 1시간 4만원서 연봉 3억까지
통상적으로 교수는 대학에서 전일제(Full Time)로 근무하는 '전임교원'을 가리킨다. 직급에 따라 교수·부교수·조교수와 전임강사로 나뉜다. 전임교원은 의무적으로 일정 시간 이상의 강의를 해야 하는 '책임시수'가 있다. 보직을 맡거나 책임시수와 관련한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한 주에 9시간 강의가 일반적이다. 이 외에 시간강사와 초빙·겸임교원 등은 '비전임교원'으로 분류된다. 이 후보가 '위장출강' 의혹을 받은 초빙교수 직위도 여기에 속한다. 석좌·명예·특임·대우·기금·계약·연구·강의교수 등 비전임교원의 형태는 무려 20여 종에 이른다. 다양해지는 교육 수요에 발맞춰 현장 경험이 풍부하거나 특수한 분야의 전문가를 다양하게 채용한다는 게 원래 취지.
특히 초빙·겸임교원은 대학 전체 교원의 20%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차관급 고위 공무원, 기업체 임원진과 CEO, 문화예술계 인사 등이 대학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저명인사를 교수로 영입해 홍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이들을 다양한 형태의 교수로 임용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한국정보통신대 석좌교수),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인하대 초빙교수), 한승헌 전 감사원장(경원대 석좌교수), 박정원 한진해운 사장(서강대 겸임교수), 조영주 KTF 사장(건국대 겸임교수), 산악인 엄홍길 씨(상명대 석좌교수), 영화감독 임권택 씨(동서대 석좌교수)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비전임교원은 대학 정관의 단서 규정이나 자체 인사 규정에 따라 임용돼 정해진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대개 전공별로 추천받아 총장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지만, 연구실적·전문지식·교수 자격요건과 같은 객관적 기준보다는 ‘네임 밸류’를 감안하는 경우가 많다.
비전임교원 중 이번에 문제가 된 초빙교수의 경우 ‘교수 자 격 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의해 임용하도록 돼있으나, 특수한 교과는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자도 임용 가능한 예외 규정도 두고 있다. 사실상 대학의 입맛에 맞춰 누구나 교수로 초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대학마다 강의 요건이나 급여체계가 천차만별이다. 대학 교원인사 관계자들은 “전임교원과 달리 책임시수가 타이트하게 정해지지 않는다. 강의 횟수나 성격에 따라 대가를 지급한다”면서 “교원 인건비는 대부분 대외비로 규정한다. 특히 석학·석좌·초빙교수 등 비전임교원은 기준이 두루뭉술해 연봉 수준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로 기대를 모았던 고은 시인은 올해 1학기부터 서울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라 전임교원과 같은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 서울대 교무과 이혜경 인사주임은 “기본적으로 초빙교원 등 비전임교원은 단과대학에서 추천, 채용하며 급여도 단과대학이 부담한다. 네임 밸류나 성과 등에 따라 보수에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조정래, 김지하, 문정희 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석좌교수로 있는 동국대는 개별 급여체계가 모두 다르다. 생태환경연구센터 소속인 김지하 씨가 고정 급여가 책정돼 있는 반면, 조정래·문정희 씨에게는 한 학기 1~2회 특강, 대외행사 심사위원 활동 등에 대한 특별강연료 형식으로 지급한다. 동국대 교원인사 담당 김병호 교무과장은 “석좌교수의 경우 1인당 연 1000만원씩을 예산으로 책정해놓고 있다. 일반 강사료보다는 훨씬 많은 편”이라며 “예산을 모두 쓰는 것은 아니고, 강의 횟수나 행사 성격에 따라 달리 책정해 별도로 지급한다”고 덧붙였다.
석좌교수 초빙을 위한 목적성 외부기금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연세대는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Eric Maskin) 프린스턴대 교수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SK네트웍스(주)가 연세대 경제학부에 지원한 5년간 총 15억원의 기금을 활용한 것이다. 매스킨 교수는 ‘SK-연세 석좌교수’로 임명돼 2억~3억원 가량의 연봉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교무과 박민혜 씨는 “호봉제 전임교원과 달리 석좌교수는 기금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교비에서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교수에 비해 급여 수준이 더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대학들, 고위공무원·CEO 영입 애써
반면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을 물류대학원 초빙교수로 임용한 인하대는 급여 수준이 전임교원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교원인사팀 관계자는 “해당 전공의 실무 경험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일 뿐이다. 예우 차원에서 기존 강사료에 ‘플러스 알파’를 더 드리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올해 1학기 조영주 KTF 사장, 홍성원 현대푸드시스템 사장 등 기업 CEO들을 겸임교수로 초빙한 건국대도 비슷하다. 교무팀 박대희 씨는 “유급 겸임교수일 경우 일반 강사료에 준해 시간당 4만~5만원 선을 드린다”고 귀띔했다. 그는 “본직이 있기 때문에 대가는 거의 신경 안 쓴다. 교수란 타이틀을 명예직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일부 대학이 밝히는 금액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강의 여부와 큰 상관없이 이름만 걸어놓고 상당한 금액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체 CEO 등이 강사로 초청되는 대학가의 일회성 특강에도 수십만원 대의 강연료가 지급되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