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앞으로도 계속 확산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민주화 노력 때문이 아니라 자유시장의 힘 때문이다."

세계화론자인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마이클 만델바움(Mandelbaum) 교수는 '민주주의의 명성: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부형태의 부상(浮上)과 위험들'이라는 책의 출간을 앞두고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 9~10월호에 요약문을 실었다. 그는 "시장과 민주주의는 모래알과 (그 모래로 만들어지는) 진주 같은 관계"라면서 "정치적 민주화는 미국의 민주확산 정책과는 무관하게 시장경제가 자리잡으면서 결실을 맺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소말리아 등 억지로 안돼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저마다 민주화 전파에 애썼다.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 군사 개입했을 뿐 아니라 각종 중동 민주화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클린턴(Clinton) 정부도 민주화를 명분으로 소말리아·아이티·보스니아·코소보에 군사력을 동원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20세기 후반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1900년만 해도 민주주의는 부유한 10개국의 전유물처럼 보였지만 2005년 세계 190개국 중 민주국가는 119개국으로 늘었다.

비결은 민주주의 선행국들의 성공에 있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선봉이었던 영국과 미국은 19세기와 20세기에 차례로 군사적으로 최강국, 경제적으로 최부국이 됐다. 이어 20세기 냉전을 거치면서 시장경제는 경제성장의 모범답안으로 떠올랐다. 성공은 모방을 부른다. 각국 지도자들은 경제성장을 위해 시장경제를 택했다. 경제성장이 권력의 정당성까지 좌우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 성숙되면 저절로 민주화 

자유시장은 독재자에겐 '트로이의 목마(木馬)'였다. 권력자는 경제적 처방으로 시장을 수용하지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면 독재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시장경제는 중산층을 낳고 중산층은 민주주의의 후원자가 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의 요체인 신뢰와 타협은 민주주의의 기둥이 된다.

민주화의 미완(未完)지대로는 아랍권과 러시아, 중국이 남아 있다. 각각의 민주화 진로가 어떤 식으로 귀결되든 두 가지는 분명하다. 민주화가 이뤄지더라도 미국이 노력한 결과는 아닐 것이다. 또 민주화의 압력은 미국의 노력과는 관계없이 점점 커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