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를 이라크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

2004년 4월 이라크에서 무장단체 '무자헤딘 여단'이 일본인 3명을 납치한 뒤 이렇게 협박하자,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당시 억류됐던 다카토 나호코(여·34)씨 등은 이라크에서 전쟁고아를 보살피는 자원봉사활동을 벌인 민간인이었다. 이들은 요르단 암만에서 택시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향하던 중 자동소총과 로켓포로 무장한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당시는 미군과 이라크 무장세력의 유혈충돌이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되던 때였다. 외국인 납치와 억류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나호코씨 등은 다행히 풀려나긴 했지만, 안전요원의 보호도 받지 않은 채 위험지역을 택시로 이동하다 봉변을 당한 것이다.

◆안전수칙=생명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샘물교회 봉사자들의 피랍 사건처럼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의료나 식량구호 등 봉사활동을 하다 납치된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정정(政情)이 불안한 아프리카나 아시아 개도국으로 봉사활동을 갈 경우, 사전에 안전교육을 철저히 받고, 현지에선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분쟁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미국 등 선진국들은 납치 등에 대비한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무작정 현장에 뛰어들어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세계 100여개국에서 구조사업을 진행 중인 국제 구호단체 '월드비전' 요원들은 현장에 나가기 전 반드시 전문기관에서 '안전 훈련(Security Training)'을 받는다. ▲총격을 받거나 납치당했을 때 대처법 ▲차량이동 할 때 유의할 점 ▲무전기 사용법▲납치당했을 때 스트레스 해소법 등을 배운다. 모든 요원들이 현지에서 휴대용 '안전 매뉴얼' 책자를 지참하고 활동하는 것도 의무적이다.

또한 해외 위험지역에 가기 전 그곳의 안전 위험도가 어떤지를 파악하는 것도 기본 수칙에 속한다. 월드비전 국제본부에서는 매주 세계 각 지역의 안전 위험도를 측정한다.

예를 들어 '그린'(위험도 낮음·현재 몽골과 베트남), '옐로'(위험도 중간·태국, 동티모르, 부룬디 등), '레드'(위험도 높음·아프가니스탄 대도시, 스리랑카 등), '블랙'(위험도 심각·소말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지방지역 등)으로 구분해 위험등급을 표시한다.

이 가운데 블랙에 속하는 지역에선 아예 봉사활동을 금지하고, 레드지역에선 필수인원만 남아 봉사활동을 유지한다.

◆현지 문화를 존중해야

국제 단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안전수칙은 ‘현지 문화와 관습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권만학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위험지역에 봉사활동 갔을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정치와 종교문제”라면서 “현지인들의 감정을 자극하지 말고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 봉사활동 중 위험을 예방하려면 ▲매일 현장에 나가기 전 UN, 지역정부 등을 통해 그날의 안전상황을 체크하고, ▲현장에선 반드시 무전기 등 통신장비를 휴대하며, ▲불가피하게 위험지역을 통과할 땐 반드시 안전요원과 동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우리나라 봉사단체인 ‘비젼케어서비스’의 경우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대사관을 통해서 봉사활동 지역을 선택한다. 이 단체의 최병수 간사는 “봉사지역으로 가기 전에 한국 대사관 직원이나 체류자를 초청해 현지의 문화적 특수성과 주의할 점을 교육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