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증거를 확인하기: ‘부적절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에 주의
독자를 설득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지난번에 보았듯이 적절한 일반화로 객관성을 전달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적절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증거의 중요성을 잘 알지만 무엇이 적절한 증거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증거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와 그 평가에 답을 하면서 증거의 적절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확인 과정을 자주 경험할 때 적절한 증거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경험에 친숙하지 않다. 따라서 자신의 주장과 관계가 없는 증거를 제시하는 실수를 자주 범한다. 관련이 없는 증거는 주장을 반박하지 않지만 최소한 글 전체를 어색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시장 원리는 시장 경제의 낙오자를 만든다.”는 주장에 대해 “수입 차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증거가 제시되었다. 이 증거는 주장을 반박하지 않지만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필자는 주장을 강화하는 증거를 제시하지만 오히려 주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이 신약은 혈압을 조정하는 데 탁월하다.”는 주장의 증거로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의학 박사 K의 긍정적인 평가를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의학 박사의 전공 분야는 내과나 약학 분야와 어떤 관련도 없다. 이런 증거는 오히려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이와 같이 증거를 제시하는 것은 ‘부적절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여러 세부 분야가 하나의 공통된 영역에 속하지만 주장이 하나의 특정 영역에만 관련될 때, 이런 관련성을 무시하고 공통 영역에 속하는 사실만으로 주장과 증거 관계를 제시하는 것이다.
좋은 글쓰기를 위해 많은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많은 배경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에 직접 관련된 배경 지식을 선택하고 소개하는 방법이다. 다독으로 많은 지식을 얻는다. 그러나 그 지식과 자신의 주장의 관련성을 정확히 보여줄 수 없으면 그 지식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다음 글을 보자.
여러 문제를 가진 글이지만 한 가지 문제만 보자. 필자는 베이컨의 주장을 증거로 과학 기술이 가져온 결과를 강조하였다. 베이컨은 실험과 경험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한 학자이다. 그러나 위 글에서 필자가 베이컨의 주장을 재화의 증가 및 이동 거리의 단축과 연결시킨 것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오히려 글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아는 것이 힘이다.’는 상징적인 주장은 애매하고 모호하다.
따라서 먼저 이 주장의 의미를 정확히 해명해야 한다. 그 주장이 발전 지향적 사고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필자는 베이컨의 권위에 의지하지만 설득력을 주기 보다는 논리의 비약으로 보인다. 또한 그 주장이 해명되어도 재화의 생산 및 거리의 단축과 어떻게 직접적으로 관련되는지 밝혀야 한다. 필자는 자신이 얻은 지식을 성급히 자신의 주장과 불분명한 방식으로 연결하였다. 권위에 호소하는 증거를 선택하려면, 권위의 내용이 증거로서 적절한지, 그 증거가 자신의 주장을 의미 있거나 중요하게 만들 수 있는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