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은 ‘날못’이라는 연못이 있던 곳에 서 있다. 가득 찼던 물이 하루 만에 날아가버리듯 빠져버린다고 날못이라 했다 한다. 못을 메워 시청을 짓기 시작한 것이 1968년이고, 새 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한 것은 1970년 1월1일이다. 옮기기 전 시청은 중구 학산동 현 옥교동사무소 자리에 있었다.
연못 위에 만들어진 시설은 시청만이 아니다. 울산 최초의 공설운동장도 복산동의 ‘큰 못’을 메워서 만들었다.〈본지 4월30일자 A14면 참조〉
중구 성남시장도 ‘연지(蓮池)’라는 큰 못을 메워서 만들었다. 시장 일대는 일제 때 ‘지소(池沼)’이던 지목(地目)이 1931년 이후 ‘답(畓)’으로 바뀌었다. 연못을 메워 논으로 개간했던 모양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연지는 한 필지로 8006평이었다. 요즘의 지적도로 환산하면 1만2000평이 넘는다.
연지 위에 시장이 들어선 것은 1937년 7월 3일이었다. 이틀 뒤인 7월5일 발간된 〈조선일보〉 석간 3면에는 ‘울산시장 이전’이라는 제목 아래 ‘다년간 현안으로 분규를 거듭하여 오든 울산시장은 마츰내 지난 삼일 성남동 구 련지에 신축한 신 시장으로 이전 하엿다는 바 당일은 여러 가지 축하식도 거행하고 매우 성대하엿다고 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연못이 변해서 가축시장이 된 곳도 있다. 성남시장 서편 공용주차장 자리에 있던 우시장이 복산동으로 옮겼는데, 그 곳은 복산동 ‘작은 못’을 메운 자리다. 지금의 번영로 MBC네거리 부근이다. 여기서 다시 옮겨간 곳도 최근 복원된 구강서원 동편의 ‘구교못’ 자리다.
이렇게 연못을 메워서 시장 같은 공공시설을 만드는 일이 일제시대 이후 많이 보인다. 무엇보다 예산절감효과가 컸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대개 국·공유지였던 연못이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쓸모가 적어지게 되자 새로운 도시기반시설 용지로 전용돼 개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