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난 아들을 가진 주부 이미영(39・가명)씨는 얼마 전 아이가 편두통이 심해 집에 있는 두통약을 먹였다.
이 씨는 어른들이 먹는 양의 1/2정을 별 생각 없이 쪼개 아이에게 먹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씨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주원료인 타이레놀의 서방형제제가 12세 미만 어린이가 복용했을 때 심각한 간독성을 유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심한 충격을 받았다.
이 씨처럼 약에 대한 지식 없이 무심코 어른들이 먹는 약을 아이에게 나눠 먹여 뒤늦게 병원을 찾아 상담하는 부모들이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또한 연령금기 약물에 대한 처방이나 조제가 병원에서도 심심찮게 이루어져 그 심각성은 더해만 간다.
3일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진료비 명세서를 전산 점검한 결과, 연령금기 6036건 , 병용금기 5231건으로 총 1만1267건의 금기약물 처방 및 조제 내역이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12세 미만의 소아나 어린이가 복용했을 때 심각한 간독성을 유발,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타이레놀과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제제’가 1046건으로 가장 많은 수치를 나타냈다.
세란병원 신경과 채승희 과장은 “12세 미만에게 쓰여 문제가 되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원료로 한 서방형제제 즉, 제형에 따라 약의 지속력이 달라지는데, 서서히 발현되는 서방형제제에 따른 부작용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채 과장은 “타이레놀 ER(서방형제제)의 경우만을 제외하면 물약과 같은 다른 제형은 처방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또한 “각기 병원마다 상황이 달라 간혹 타이레놀ER을 소량 처방하기도 한다”며 “이 약품의 경우는 일반의약품으로 이 씨의 경우처럼 의사 처방 없이 아이에게 나누어 먹이는 것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심평원에 따르면 연령금기 약물 처방과 관련, 종합병원이 1094건으로 가장 많았고, 병원 1023건, 약국 947건, 의원 677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에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김우경 교수는 “이 제제를 처방해 소아연령에서 부작용이 생기는 사람보다 안 생기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실제적으로 이 제제의 약을 대체할 만한 게 특별히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 약은 특별히 12세 미만 소아나 어린이뿐만 아니라 간이 좋지 않은 성인의 경우도 주의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일반의약품이기 때문에 약에 대한 이해를 하고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하는 진통제의 설명서에는 “매일 세 잔 이상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복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람이 이 약을 복용하면 간 손상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이 들어가 있다.
또한 성인을 기준으로 하루에 4g(8정) 이상 복용하지 않도록 허용량이 정해져 있다.
김소연 기자 ksy@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