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프랑스 파리 외곽도시에서 발생하여 200개 도시로 번졌던 인종 소요사태는 오랜 기간 빈곤과 차별에 시달리던 아랍과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의 분노가 폭발되어 나타난 것이었다. 주로 이민 2세들인 이들은 기회 박탈, 소외감, 실업을 경험하면서 주류(主流) 사회에 대한 반감을 키워 왔다. 이 사태는 전 세계인들의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외국인 노동자나 이민자가 증가함에 따라 자국민과 이방인 간의 갈등과 통합을 고민해야 하는 국가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고심되는 문제는 다민족국가 내에서 벌어지는 인종분쟁이다. 1994년 르완다에서는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해묵은 갈등으로 100만 명 가량이 학살되었다. 스리랑카 타밀 반군과 러시아 체첸인 등 분리독립을 위해 정부를 대상으로 사투를 벌이는 소수민족도 많이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무력분쟁이 국가 간 전쟁이 아닌 게릴라전과 같은 내전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프랑스의 인종 소요사태는 유구한 역사를 거쳐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에게는 그저 ‘강 건너 불’에 불과할 수 있다. 소수민족 해방전쟁이나 인종분쟁과 같은 내전은 더더욱 그러하다. 하나 주목할 것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란 점이다. 1990년 5만 명이었던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000년 50만 명으로 급증했고 작년엔 82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6~1.7%에 해당한다. 2010년이 되면 그 수가 120만 명에 이르러 2.5% 이상이 외국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들이 공식적으로 잡힌 통계인 점을 감안한다면 더 많은 수의 외국인이 이 땅에 거주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들 외국인 중에는 투자가들이나 영어강사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중국과 동남아로부터 돈을 벌기 위해 건너온 근로자들이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한국에서 대우받고 돈도 꽤 버는 반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 땅에 온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사회적 편견과 멸시, 그리고 제도적, 법적 차별로 인해 고달픈 경우가 많다.

한편 국제결혼의 비중도 늘고 있다. 1990년 전체 결혼 건수의 1.2%였던 국제결혼이 2005년 13.6%로 증가하였다. 특히 농림어업 종사 남성들의 경우 외국인 여성을 신부로 맞아들이는 경우가 35.9%에 달하고 있다. 이 여성들과 이들이 낳은(낳을) 아이들을 생각할 때, 이제 우리 정부도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듯싶다. 외국 노동자와 더불어 점점 그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코시안’(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의 혼혈아)들이 ‘순혈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 종사하면서 빈곤계층을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경우, 그리고 사회 내 혼혈인 무시 현상이 뚜렷해져 계층 갈등이 심화될 경우, 실업률·범죄율 상승과 가정파탄문제 등 사회불안이 가중될 것이다. 또한 2세까지 이어지는 차별은 정치적 소수집단을 형성할 수도 있다. 프랑스 소요사태가 남의 일일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요즘 부모들이 자녀들의 영어교육에 ‘올인’하는 것은 세계화 시대를 살아갈 내 자식에게 보다 많은 기회와 경쟁력을 심어 주고 싶은 바람이 있어서일 것이다. 국제화된 세상에서는 더 이상 한국인끼리만 모여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다민족, 다문화 시대에 평화롭게 살아가길 바란다면 ‘더불어 이뤄 가는 삶’에 대한 가치를 가장 먼저 일깨워 줘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외국 노동자, 국제결혼 이주여성, 그리고 그 자녀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마련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일상생활에서도 포용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은 ‘다민족국가 대한민국’에 살게 된 우리가 자신과 자식을 위해 갖추어야 할, 선택이 아닌 의무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