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FC 서울이 축구 명문고인 동북고 축구부를 인수(?)했다. 앞으로 동북고 축구부 학생들은 공부는 학교 일정에 따르지만 축구만큼은 철저히 FC 서울 프로그램에 따르게 된다. 선수들은 경기도 구리에 있는 FC 서울의 훈련장과 웨이트트레이닝장을 사용할 수 있고, 2002월드컵 대표팀 코치를 지냈던 최진한 신임 감독도 서울에서 월급을 받는다.
FC 서울은 “올해부터 선수들의 학사 관리를 제외한 동북고 축구부의 전반적인 운영을 우리 구단이 맡아서 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서 18세 이하 유소년 클럽 시스템 육성 방안으로 각 프로팀이 연고 지역 내 고등학교를 한 곳 지정해 운영을 책임지고, 구단은 매년 드래프트에서 해당 고교 졸업 예정 선수 4명을 우선 지명하는 권리를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일부 운영비도 지원한다. 포스코가 모기업인 포항과 전남, 현대중공업이 운영하는 울산 현대는 그룹 재단 산하의 초·중·고 팀을 이미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는 유럽·남미와 달리 학원 축구의 영향력이 강해 클럽 유소년팀들의 공식 대회 출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한국형 선수 육성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의 많은 고등학교 가운데 왜 동북고가 낙점됐을까?
FC 서울은 연고 지역 내 29개 축구부가 있는 고교 가운데 지리적 접근성과 전통, 중학교 팀 보유 여부 등을 철저히 따졌다고 밝혔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동북고는 FC 서울의 구리 훈련캠프가 비교적 가깝고, 이회택 축구협회 부회장과 홍명보 대표팀 코치 등 수많은 스타 선수들을 길러낸 축구 명문이다. FC 서울의 김은중과 최원권 등도 동북고 출신이다. FC 서울 한웅수 단장은 “동북고는 2000년에도 연고 인연을 맺었던 적이 있다”며 “어린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프로선수로 자라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