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母子) 또는 모녀(母女)가 함께 떠나는 전통적인 조기유학 대신 학생 혼자 떠나는 ‘나홀로 조기유학’이 절반 가까이 될 정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육부의 의뢰로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에서 조기유학 중인 초·중·고생 500명을 대상으로 면접·설문 조사한 결과 ‘나홀로 유학생’이 43.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당국이 조사원을 현지에 직접 파견해 조기유학 실태를 파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학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사립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거나 홈스테이(현지 가정에 거주) 등으로 혼자 유학 가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적응은 가족동반 유학이 ‘나홀로 유학’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본지가 21일 단독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기유학생의 60% 이상은 현지에서도 학교교육 이외에 개인 과외교습(38.9%)이나 학원(24.8%)에서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과목은 영어 등 현지어(36.4%)가 가장 많았고, 수학(20.4%)이 뒤를 이었다. 특히 조기유학생의 절반에 가까운 44.1%는 방학 중 한국에 잠시 귀국해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유학생들은 한국 사회와 한국 교육에 대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조기 유학생의 38%는 한국사회에 대해 ‘나쁘다’고 응답한 반면 ‘좋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이와 대조적으로 조기유학 간 현지 사회에 대해서는 48%가 좋다고 응답해 ‘나쁘다’는 의견(20%)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기 유학생들이 한국사회의 가장 나쁜 점으로 꼽은 것은 ‘학력, 재력, 외모가 사회계층을 결정한다’(28.9%)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이웃에게 관심이 없고 자기 가족밖에 모른다’, ‘윗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쉽게 말할 수 없다’, ‘사회가 무질서하고 범죄가 많다’ 등을 들었다. 반면 조기 유학생들은 유학국가의 좋은 점으로 ‘이웃에 대한 관심과 서로에 대한 사랑’, ‘개인 권리와 사생활 존중’, ‘선진 문화 시설’ 등을 들었다.
조기 유학생들은 한국 학교의 가장 나쁜 점으로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21.4%)을 지적했다. 반면 조기 유학생들은 현지 학교(미국의 경우)의 가장 좋은 점으로 ‘학생 수가 적어 개인의 개성을 존중한다’(17.4%)를 꼽았다.
유학생 10명 중 6명은 유학생활에서 ‘보통’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운동(14.2%)이나 음악청취·연주(14%) 등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학생들에게 조기유학을 권유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조기 유학생의 52.2%는 ‘권유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했다. 연구보고서는 이에 대해 “본인은 조기유학을 가 비교적 만족하지만 무언가 불안정하고 편안하지 않은 점도 존재한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유학 동기로는 ‘미래를 위해서’(23.2%)가 가장 많았다. ‘현지어(영어·중국어)를 잘하기 위해’, ‘부모님 권유’, ‘한국 학교 교육환경이 싫어서’ 등이 뒤를 이었다. 아버지 직업은 경영 및 관리직(39.2%, 회사경영·사업 등)이 가장 많았고, 사무직(26.6%, 은행원·공무원·회사원 등), 전문직(17.9%, 의사·법조인·교수 등) 순이었다.
연구책임자인 이순형 서울대교수(아동가족학과)는 “거주지역과 계층에 상관 없이 방송을 통해 일찍부터 외국어를 접할 수 있도록 공중파 어린이외국어방송을 창설하는 등 외국어교육 시스템을 강화하고, 총리실 산하에 조기유학을 관리할 위원회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