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법시험 면접시험에서 '부적격자'로 의심돼 심층면접을 받은 2차 합격자 26명 가운데 7명이 탈락했다. "우리나라의 주적(主敵)은 미국"이라고 대답했던 응시생은 심층면접에서 입장을 바꿔 합격했으며, 질문에 답을 제대로 못하고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응답한 응시생은 떨어졌다고 한다. 10년간 면접에서 단 1명만 떨어졌으나 면접에 불참한 1명을 포함해 3차시험에서 8명이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한 응시자는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주먹을 휘두르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맞받아치겠다. 법은 멀리 있고 주먹은 가까이 있지 않으냐'는 취지의 답변을 하는 등 윤리적 소양에 문제점이 노출돼 탈락했다고 한다.

또 물권(物權)과 채권(債權)의 차이점 등 쉬운 법률지식을 묻는 질문에 우물쭈물거리고 답변하지 못한 응시자들도 불합격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에 떨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울음을 터뜨리는 응시생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답변 한 개 때문에 탈락한 경우는 없으며 윤리의식, 법률지식, 논리성, 창의력 등을 종합 고려해 점수가 가장 낮은 7명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시험 성적 100등대의 우수 응시생도 불합격 처리됐다.

반면 우리나라의 주적에 대해 '미국'이라고 응답한 응시생은 2단계 심층면접에서 "주위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을 들은 대로 답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며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북한 핵은 우리나라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던 응시자와 면접관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지만 '우리 사회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점과 판·검사 임용 시험이 아니라는 점 등이 고려돼 합격자 대열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면접과정에서는 금강산 관광의 존속이나 반미정서, 국가보안법 존폐여부 등 시국과 관련된 문제들도 나와 응시생들을 당혹스럽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그러나 "불합격자의 면접 점수를 분석해보니 국가관이나 인성 등은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시험에는 면접에 불참한 응시생도 처음으로 나왔다. 이 응시생은 몸이 아파 면접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 탈락자들은 희망에 따라 내년도 시험에서 2차부터 다시 치르거나 면접시험에 곧바로 재응시할 수 있다.

법무부는 28일 2006년도 제48회 사법시험 최종합격자 명단 994명을 발표했다. 여성 합격자의 비율은 37.73%(375명)로 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을 또다시 갈아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