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황금 돼지띠'가 된다. 황금자가 붙어서일까. 내년을 겨냥해 올해 아이를 갖는 부부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세태에 맞춰 국악태교, 댄스 태교, 영어 태교 등 다양한 태교법이 잇달아 소개되고 있다. 경기도도 최근 여기에 한몫 거들고 나섰다.
조선시대 태교법을 집대성한 '사주당 이씨(1739~1821)'를 경기 여성 발굴사업을 통해 재조명하고 있는 것. 사주당 이씨는 네 아이를 키우면서 직접 체득한 비법과 합리적인 민간 태교법을 모아 '태교신기(胎敎新記)'라는 책을 저술했다. '언문지'로 유명한 실학자 유희(柳僖·1773~1837)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자신의 기품을 자녀들에게 그대로 물려줬던 이 어머니의 '태교신기(胎敎神技)'를 소개한다.
◆아기는 엄마의 모든 걸 물려받는다
"인간이 잉태될 때는 누구나 하늘로부터 똑같은 천품을 부여 받는데, 태내 10개월 사이 인간의 좋고 나쁜 품성이 형성된다"
사주당 이씨는 "스승이 10년을 잘 가르쳐도 어미가 열 달을 뱃속에서 잘 가르침만 못하다"면서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미의 기뻐하고 성냄은 그대로 아기의 성정(性情)이 되고, 어미의 보고 듣는 것은 그대로 아기의 총명(聰明)이 되며, 어미의 춥고 더운 것이 그대로 아기의 기후(氣候)가 되며, 어미의 음식 먹는 것이 그대로 아기의 살이 되나니, 어미 된 이가 조심치 않을 수 없느니라."
한마디로 엄마가 보고 듣고 먹고 생각한 게 뱃속 아이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따라서 "항상 선한 사람을 옆에 두어 마음과 뜻을 기쁘게 하고, 모범될 만한 말이나 일을 늘 귀에서 떠나지 않도록 하여 게으른 마음, 사특한 마음, 편벽된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하라"고 했다. 김종석 서정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웃고, 엄마가 울면 아이도 운다는 건 현대 학계에서도 증명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남편 역할도 매우 중요
여성의 정숙함을 유별나게 강조하는 일부 민간태교와는 달리 사주당 이씨는 "태교는 임부 혼자만 잘 해서 되는 게 아님"을 강조한다.
태교신기에는 "온 집안 사람들이 항상 조심하고 삼갈 것"을 설명하면서 "임부가 성내지 않도록 분한 일을 들려주지 말고, 무서워하지 않도록 흉한 일을 들려주지 않는다. 걱정하지 않도록 어려운 일을 들려주지 말고, 놀라지 않도록 급한 일을 들려주지 않는다"고 쓰여있다. 또 "남편이 교합할 때 올바른 마음을 가져야 한다"면서 부부가 임신 전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고 깨끗해야 한다고 했다.
임부가 봐야 할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정리하기도 했다. "귀인이나 호인을 만나고, 흰 구슬과 공작 같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물건을 보게 할 것. 성현의 글과 신선의 그림, 금관 옥패 같은 물건 보게 할 것"을 권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으로는 "변장한 배우나 원숭이, 사람들의 희롱하는 모양, 잡담, 다툼, 죽이거나 해치는 일, 모습이 흉한 짐승, 무지개나 벼락, 일식과 월식, 별 떨어지는 것, 홍수와 화재, 짐승의 교미, 병들고 상한 것, 더럽고 혐오스런 것"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요즘 임부들이 '그림태교'를 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했다.
◆엄마의 마음가짐 아기 건강과 직결
'태교신기'는 임신 당시 엄마의 마음가짐이 아이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임부가 성 내면 아기가 자라서 피에 병이 들고, 임부가 무서워하면 아기가 자라서 정신에 병이 들고, 임부가 근심걱정을 하면 기(氣)에 병이 들고, 임부가 놀라면 간질병을 앓는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이야기일까? 이에 대해 제일병원에서 태교교육을 담당하는 한명선 간호과장은 "동양의학에서는 성을 내면 심장에 화가 찬다고 한다. 또 임부가 놀라면 아이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주당 이씨의 태교법은 현대 의학으로 봐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