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뜻을 전하기 위해 한다. 뜻을 쉽게 전하기 위해서는 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말에는 길이 있는데 말의 길을 잘 따라서 말을 해야 말을 바르게 하고 뜻을 쉽게 전할 수 있다.

'시키다'라는 말이 있다. '시키다'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일을 시키다' '심부름을 시키다' 등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시키다'는 명사 다음에 붙어 '감동시키다' '좌절시키다'처럼 남을 움직이게 함을 가리키는 동사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불필요하게 '시키다'를 쓰는 경우가 있다. '강화시키다' '구속시키다' 등이 그런 예인데 '강화하다' '구속하다'나 뜻이 똑같다. 이런 경우에는 굳이 '시키다'를 붙일 필요가 없이 그냥 '구속하다' '강화하다'라고 쓰는 게 좋다.

'시키다'가 제대로 쓰였는지 불필요하게 쓰였는지를 가리는 방법이 있다. '하다'와 '시키다'가 붙어 같은 뜻이라면 이때의 '시키다'는 불필요한 것이고, 뜻이 아주 달라진다면 제대로 쓰인 것이다. '감동하다'는 내가 감동하는 것이고 '감동시키다'는 남을 감동하게 만드는 것이니 뜻이 전혀 다른 데 반해 '강화하다'와 '강화시키다'는 같은 뜻이다. 이때의 '강화시키다'는 '강화하다'라고 쓰는 것이 옳다.

상대방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거짓말시키지 마!"라고 말하는 것을 흔히 듣는데 "거짓말하지 마!"라고 해야 옳다. 다만 상대방이 말 거는 것을 귀찮게 여겨 "말 시키지 마!"라고 하는 것은 물론 옳다. 이때의 '시키다'는 말 그대로 말하도록 강요하지 말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김세중·국립국어연구원·국어생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