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미군기지가 이전할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외부세력에 대해 "나가라"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은 대추리·도두리 지역을 제외한 안정리와 송화리, 객사리 등 팽성읍 전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
10일 대추리·도두리로 들어가는 입구인 원정삼거리와 본정삼거리, 미군 캠프 험프리스가 있는 안정리 쇼핑몰에는 주민과 상인들이 제작한 대형 플래카드 20여개가 걸렸다.
내용은 '팽성주민 자처하는 불순 외부세력 물러나라' '죽창 사용하는 한총련, 민노(당) 떠나라' '북한 주장 동조 재야 단체, 평택 주민 이용 말라' '평택 시민은 외부세력 개입 절대 반대' '국가혼란 일으키는 반미세력 몰아내자' '평택 주민이 원치 않는 민노(당), 한총련, 범대위 모두 가라' '평택시민은 폭력시위 NO' 등이었다.
플래카드는 팽성상인연합회, 팽성발전추진협의회, 팽성명우회,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 평택지부, 팽성초등학교 23회 동문회 등 지역 주민과 상인단체였다. 김기호 팽성상인연합회장은 "팽성 전 지역에 매일 20개 이상씩 주말까지 100여개의 플래카드를 달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처음엔 보상문제가 중심이었는데 반미세력이 들어오면서 미군철수 등 이념투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상인은 "지금까지 대추리 등 지역 주민도 친·인척이고 학교 선후배란 점 때문에 가만있었는데 이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 상인·주민들은 범대위 등 외부세력의 불법 시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맞대응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날 상인연합회 등은 주말 시위가 예상되는 원정·본정 삼거리와 평택역, 캠프 험프리스 정문 앞 등에 집회신고서를 냈다. 반대세력에 앞서 시위 장소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주민·상인들은 더 나아가 시위가 벌어지는 곳을 찾아 다니며 반대시위를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상인 박광욱씨는 "어차피 가게 열어봤자 개시도 못하는데 외부세력이 모이는 곳이면 대추리든 평택 시내든 어디든지 쫓아가서 반대시위를 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팽성지역 상인과 주민들이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외부세력의 폭력시위가 도를 넘은 데다 주변 지역 상권이 거의 '아사(餓死)' 직전에 몰렸기 때문이다.
범대위 등의 불법 폭력시위가 일상화되면서 안정리 등 상권은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다. 안정리 등 미군부대 주변에는 500여개의 가게가 몰려있고 약 2만여 명이 살고 있는데 미군들이 외부 출입을 거의 안 하면서 지역 경제가 급속히 위축됐다는 것이다.
이훈희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 평택지부장은 "월세도 못 내고 빚을 지거나 가게를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그쪽만 아픔이고 우리 아픔은 아픔도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자살하고 싶은 건 우리 상인들"이라고도 했다. 이들 주민·상인들은 "제발 민노총은 공장으로, 한총련은 학교로 돌아가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그들의 주장과 이념이 옳다면 배고파도 참겠지만 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것 보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한 주민은 "미군부대가 오기 전 안정리 주변에는 온통 들이고 산이었고 주민이라야 7가구밖에 안 됐던 곳"이라면서 "미군기지가 확장되면 이곳은 국제적 도시로 크게 발전할 것으로 모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의 '민심(民心)'이 외부세력을 쫓아내는 방향으로 급속히 표출되면서 외부세력과 직접 충돌하는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작년 7월에도 범대위 등과 안정리 상인들이 부딪혀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면서 "이런 충돌을 막기 위해 양측에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도두리 등 미군기지이전 예정지역 마을에서는 이미 협의매수에 응한 사람들이 이주를 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적극 반대자를 제외한 많은 주민이 조만간 이사를 다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입력 2006.05.11. 00:24업데이트 2006.05.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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