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한국 늑대 암컷이 '상상 임신'을 하는 바람에 2세 출산을 고대하던 관계자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출산에 성공했다면 국내 최초 인공수정 한국 늑대가 태어나는 것이었기에 안타까움은 더 컸다.
이 한국 늑대 암컷은 작년 12월 수컷과 신방을 꾸렸다. 하지만 올해 초 수컷이 갑자기 죽었고, 대공원은 사체(死體)에서 정액을 받아 정자은행에 보관했다. 1주일 뒤 암컷이 발정하자 바로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50일 후 암컷의 배가 불러왔고, 젖꼭지도 커졌다. 호르몬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고, 새끼를 낳기 위해 굴을 파는 행동도 보여 임신증상이 뚜렷했다.
그러나 통상 출산 시기인 '임신 60~65일'을 넘겨 70일째가 돼도 출산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공원측은 초음파 검사를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배에 새끼가 없었다. 사육장에 CCTV를 설치해 놓고 24시간 교대로 늑대를 지켜봤던 동물원 관계자들은 허탈해했다. 김보숙 종보전팀장은 "늑대는 야생에서 우두머리 암·수 한 쌍만 짝짓기를 하는 습성이 있는데, 임신한 암컷이 죽을 경우에 대비, 다른 암컷이 상상 임신을 해 새끼를 먹여 기를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사육장 환경에서 상상 임신이 일어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인공수정으로 2세 출산에 실패하면서 대공원의 '한국늑대 대(代)잇기 프로젝트'도 난관에 부딪혔다. 현재 국내에 있는 한국 늑대는 15마리.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 암수 한 쌍이 있고, 나머지는 서울대공원에 있다. 이 가운데 9마리(수컷2·암컷7)가 근친(近親)관계여서 교미 대상이 아니다. 남은 6마리(수컷1·암컷5) 중 유일한 수컷은 생식 능력을 잃었고, 암컷 5마리는 사람으로 치면 50세에 가까운 고령이다. 자연교미에 의한 임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인공수정도 쉽지 않다. 개과(科) 동물인 늑대는 특성상 배란촉진 호르몬이 듣지 않아 1년에 한 차례 자연배란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미성숙 난자를 배란하기 때문에 발정기라도 수시로 교미를 해야 한다. 한두 차례 인공수정으론 임신되기 힘들다는 말이다.
대공원 관계자는 "한국 늑대 증식을 위한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상상 임신의 충격은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며 한숨지었다.
입력 2006.04.19. 00:07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