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재, 그에게 매너리즘 이란 없다

군대에서는 '스타'가 떴다고 하면 없던 꽃밭이 수 십분 내에 생겼다 없어졌다 한단다.

농담이 아니라 이게 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니 즉 장군의 위세가 얼마나 큰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군들이 퇴역해서 긴장을 푸는 순간 갑자기 늙고 또 얼마 안가 유명을 달리한다는 이야기도 많다.

장군이 아니어도 그렇다. 연예인, 스타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는 다름이 아닌 모든 것이 안정되어 궤도에 오른 시기란다.

아무리 힘들고 빡빡한 일정도 연기에 대한 열정하나로 밀어 부치던 배우도 일단 안정궤도에 오르면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이 크다. 실제로 그렇게 구축해 놓은 이미지 하나로도 먹고 살기엔 부족함이 없겠지만, 그런 배우들은 스스로 가진 끼와 열정이 점점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데뷔 11년차, 워낙 서글서글하고 좋은 인상을 지녀 어느 CF에서도 마다할 리 없는 배우 이성재. 하지만 깔끔하고 차가운 엘리트 아니면 다정하고 부드러운 호남형으로 자신의 이미지가 굳어질 새라 수 없이 망가지는 작품에 도전해 왔다.

'바람의 전설'에서는 전설적인 제비로, '신석기 블루스'에서는 세기의 추남으로, '공공의 적'이후 그의 이런 모험적인 연기도전이 항상 성공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별 흥행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영화는 배우 한 사람만의 것은 아니다. 스탭과 감독 각본 끝에서는 운까지 따라줘야 성공할까말까 이다.

이제 관록이 붙은 이성재는 이런 상황에서 일희 일비 안하기로 했단다. 다만 내가 이 상황 에서 최선을 다했느냐, 다하지 않았느냐가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이고 이것을 열심히 할 뿐 이라고 밝혔는데, 필자는 그런 이성재가 참 성숙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그렇다. 배우로 살다보면 항상 승승장구 할 수는 없는 일, 이어지는 성공에 자만해 서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가 순간 실패가 다가오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영화 '홀리데이'를 위해 이성재는 몸무게를 10kg나 감량하고 남들도 놀랄만큼의 몸을 만들었으며, 거칠게 살아온 지강헌을 재생시키기 위해 일부러 신경을 날카롭게 유지했다고 한다.
한 사람으로서 좀 더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야 이성재라고 없을까 마는, 아무래도 이성재는 편하게 퍼져 있는 것보다는 좀 힘들고 위험하더라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다만 두 아이의 아빠라서 그런지 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표현할 뿐…
나이 들어서도 늙지 않는 배우'숀 코네리'처럼 칠순이 되어서도 액션연기를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열정을 가지고 싶다는 이성재, 지금의 모습대로라면 한국의 숀 코네리를 볼 수 있을 날도 머잖을 거 같다.

(김민성 MTM 대표 /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