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츄리안 글로벌’이라는 군수산업복합체와 결탁한 상원의원 엘리노 쇼(메릴 스트립)는 아들 레이먼드 쇼(리브 슈라이버)를 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계략을 꾸민다. 바로 자신의 아들을 입대시켜 전쟁영웅으로 만들겠다는 것. 걸프전 당시 벤 마르코 소령(덴절 워싱턴)의 분대에 배속된 쇼는 이라크 무장세력으로부터 분대원들을 구해내고 그 공을 인정받아 계획대로 훈장을 탄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된 것이었을까?

'맨츄리안 캔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는 그 의문으로부터 시작한다. 귀국 후 무려 12년 동안 악몽에 시달리던 마르코 소령은 자신의 분대원 모두가 똑같은 꿈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꿈의 주제는 쇼가 영웅적 활약으로 자신들을 구했다는 것이 조작된 기억이라는 것. 마르코가 캐 들어가기 시작하자 부대원들은 하나씩 살해당하고, 퇴역 소령은 한때 부하였던 부통령 후보에게 다가가 "너도 꿈을 꾸느냐"고 묻는다.

'맨츄리안 캔디데이트'의 포장은 정치 스릴러지만, 그 외피를 벗기고 들어가면 '세뇌'의 공포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양들의 침묵'을 만들었던 조너던 드미 감독은 이번에도 미국 사회와 미국인의 무의식 속에 박혀 있는 공포에 집착한다. 우리가 확신하고 있는 믿음들이 사실은 조작된 기억일 수 있다는 것. 특히 그 대상이 테러와 전쟁에 관한 것이었을 때 집단적 이성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프랭크 시내트라가 주연을 맡았던 1962년 동명영화의 리메이크.

(어수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