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학생이 불문(佛門)에 들어 한국서 스님이 되기까지를 담은 베스트셀러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 현각 스님(화계사 국제선원장)이 15일 하버드대 신학대에서 특강을 한다.

스님으로선 13년 만의 모교 방문이자, 처음 숭산 스님을 만나 한국불교에 입문하게 된 현장에서 후배들에게 지난 10여년의 지적·종교적 편력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스님은 지난해 11월 30일 숭산 스님 입적 후로 49재와 동안거에 전념하며 바깥 활동을 삼가왔다.

출국 준비를 하던 현각 스님을 화계사에서 만나 하버드대 강연과 숭산 스님 입적 후의 이야기 등을 들었다.

◆하버드대 강연

이라크전 이후로 공허감, 정치 불신이 확산된 미국 지식인 사회에 동양 불교를 소개하자는 취지로 하버드대 신학대가 티베트, 일본, 중국 스님들이 1주일에 한번씩 강연합니다.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수행 쪽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특별한 원고없이 현장 즉석 문답을 통해 한국 선불교를 소개할 생각입니다.

10여년 전에는 제가 바로 그 학생들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들의 공허함, 고민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즉석 문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정치나 사회는 변하고 변하고 변하는 것이니, 변하지 않는 자신의 마음 본자리를 들여다보라고 권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겠습니다.

고흐의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씨 뿌리는 남자'입니다. 그가 뿌린 씨앗 중에는 싹을 틔우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남자는 그냥 뿌리는 일에 몰두합니다.

숭산 스님은 우리(외국인 스님)들이 ‘아기 스님’ 때부터 수행과 포교가 둘이 아니라고 함께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용한 곳에 틀어박혀 1년이고, 3년이고 집중기도하고 싶지만 업따라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미국 가서도 열심히 씨앗 뿌리고 올 겁니다. 혹시 저처럼 한국까지 오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보물을 잊고 있다."

요즘 아파트 광고를 보면, 가부좌나 요가하는 모습과 함께 '웰빙'이란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가부좌나 요가나 모두 우리가 해오던 것 아닙니까. 우리(한국인)는 '웰빙'이란 영어 포장이 나오기 전부터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마치 값비싼 보석을 갖고도 가치를 모르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훔쳐가서 새로 포장해 오면 비싼 값 주고 되사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은 저 같은 외국사람이 평생 배울 수 있는 것보다 더 가지고 있습니다.

숭산 큰스님도 생전에 "내가 너희(외국인)들을 자꾸 한국에 데려가는 것은 한국인들이 얼마나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 가르쳐주기 위해서다"라고 자주 농담하셨습니다.

말하자면, 저 같은 외국인 승려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일깨워주기 위한 홍보대사인 셈이지요. 우리(한국인)가 정신문화를 잃어가는 동안 허무감, 외로움, 이혼율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숭산 스님 입적 후

숭산 큰스님은 지난해 동안거 결제(11월 27일) 때 편찮으신 상태에서 "너희는 아직 본성품을 모른다. 깊이 문제를 풀어라. '나는 누구인가'만 생각하라. '참나'를 모르면 죽기 전까지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요지로 법문하시고 사흘만(11월 30일)에 돌아가셨다.

석 달 후 동안거 해제(2월 23일) 때는 스님이 안 계셨지만 제자들은 '다시 큰스님을 모시고 해제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23일 새벽 예불을 마치고 큰스님 영정이 모셔진 방에 모여 영정에 3배 하고 앉아서 좌선했습니다.

해도 뜨기 전인 새벽 5시 무렵이었는데, 새 소리, 바람 소리, 풍경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숭산 스님은 가셨지만 이게 바로 스님의 살아있는 법문이라 생각하니 들으면서 기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