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출신 여배우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누구는 가수 활동 그만두고 계속 연기해도 되겠다는 칭찬을 듣는가 하면 누구는 가수 활동에 전념하는 게 좋겠다는 충고를 듣는다. 올 가을 엇비슷한 시기에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맡은 세 가수 출신 연기자의 행보는 향후 연기에 도전하려는 다른 여가수들에게 좋은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

유진

SBS 주말극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유 진은 일단 선전한다고 봐야겠다. 당장 20%를 넘는 시청률이 이를 증명한다. 이승렬 감독 또한 가수 하지 말고 연기 계속하라는 극찬을 해줬고, 드라마 게시판에도 연기자 출신이 아닌데도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좋은 평가가 많다.

소속사 측은 오랜 준비와 노력을 비결로 꼽았다. 이미 '러빙유'로 연기 경험이 있는데다 그동안 숱한 작품 출연 제의가 있었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는 것. 또 현장에서 대본 숙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촬영 현장에서도 가장 좋은 그림이 나오도록 수차례 반복촬영한 후 베스트컷을 뽑는 식으로 완성도를 높였다고. 또 극중 배역과 실제 유진의 성격이 흡사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었다는 부연설명이다.

서지영

최근 KBS 미니시리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첫 연기자 신고식을 한 서지영은 아직 성적을 매길 단계는 아니지만 상대 배우를 잘 만난 덕에 큰 실점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게 현재까지의 평가.

아직도 드라마 게시판엔 "왜 하필 서지영이냐"는 등 안티 팬들의 흠집내기가 극성을 부리지만 극이 전개되고 소지섭과 임수정의 무채(무혁+은채) 커플의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그 여파로 서지영을 극중 인물인 민주로만 보자는 의견도 많아져 안티 팬들의 공세를 조금씩 비켜가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톱스타인 극중 민주의 캐릭터가 실제 서지영과 흡사해 따로 애를 쓰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다는 점에서 개인에 대한 '호, 불호'의 코멘트는 많아도 연기력이 '좋다, 나쁘다'의 평가는 그다지 많지 않은 모습.

박정아

얼마 전 종영된 SBS '남자가 사랑할 때'의 박정아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며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유독 박정아만 저조한 점수를 얻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일단 연기 데뷔작치고 박정아의 극 비중이 너무 컸다. 특히 학창시절이 주된 배경을 이룬 초반 몇 회의 경우 고 수와 함께 전체 출연 분량의 70~80%를 소화해야할 만큼 신이 몰리다 보니 박정아의 다듬어지지 않은 연기가 너무도 쉽게 눈에 띄었다. 결국 시작부터 연기를 못 한다는 혹평이 쏟아졌고 결국 시청률도 급격히 떨어져 중반부터는 한자리수 시청률로 무관심의 대상이 됐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역할을 맡았다는 것도 화근이 됐다. 연기 내공이 전혀 없는 신인이 사랑과 야망의 양극을 오가는 다양한 눈빛을 가진 인혜 역을 소화하는 게 힘에 부쳤을 것이라는 풀이다.

내년에도 많은 가수가 브라운관에 첫 선을 보인다.

당장 내년 초 SBS에서 방영될 '세잎 클로버'는 이효리가 출연하는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 성공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극중 진아를 실제 이효리의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로 간다는 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극중 비중이 너무 많이 쏠려 있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도 산재해 있다.

샤크라의 전 멤버인 려원은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영화 'B형 남자친구'에서 한지혜의 친구인 보영 역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다.

(전혜)빈은 이미 시트콤 미라클로 코믹 연기 경험을 쌓은 데 이어 곧바로 영화 몽정기 II에 캐스팅돼 연기력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내년 5월에는 KBS나 SBS 미니시리즈 중 한 편을 택해 정극 연기에 도전해볼 계획이라고.

올 여름에는 성유리가 천년지애 이후 오랜만에 황태자의 첫사랑으로 컴백했다가 역시 연기력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에 직면, 현재 차기작을 고르며 와신상담중이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성적은 오르고 그렇지 않으면 성적은 떨어지게 마련. 가수 출신 연기자 1세대인 엄정화가 숱한 영화와 드라마를 찍으며 연기파 배우라는 닉네임을 얻었듯, 한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한번의 성공에 우쭐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후배들도 언젠가는 노래와 연기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스포츠조선 정경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