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줄 알았던 연예계 누드 열풍이 해가 갈수록 그 형태와 기법이 다양해지더니, 이젠 누가 누드집을 낸다고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정도로 일반화돼 버렸다. 혼자 누드집 내는 것이 심심한지 톱스타 5명이 각각 10억원의 모델료를 받고 50억짜리 합동누드집까지 낸다고 하고, 가격 높인다고 아직 누드집을 내지 않았던 콧대 높은 톱스타들도 천문학적 금액의 모델료에 마지막 ‘입질’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가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누드 음반재킷을 내는 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듀크 등 몇몇 가수나 그룹들은 아예 뮤직 비디오에 누드로 직접 출연하기도 하고, 콘서트와 누드 퍼포먼스를 합친 ‘누드콘서트’라는 새로운 장르의 쇼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과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누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알다시피 ‘원조 누드 모델’이 될 뻔했던 김희선양은 누드 소송 때문에 2년 가까이 활동을 하지 못했다. 작년엔 A양이 억대의 계약금을 받고 매니저 몰래 누드집을 찍었다가 소송을 당해 알거지 신세가 될 처지에 있고, 거꾸로 B양은 누드집을 찍기는 찍었는데 매니저가 몇 억원의 계약금을 갖고 해외로 줄행랑, 쪽박을 차기도 했다. 올해 C양은 상체만 벗었는데 누군가 사진을 조작, 올누드로 만들어 버려 관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 여자 연예인은 “누드 찍어줄 테니 계약 해지해달라”고 매니저에게 제안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누드 찍으면 매니저 바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고 있다.
또한 이런 누드 열풍은 연예계 미래까지 위협하고 있다. 신인들을 뽑을 때도 자질보다는 ‘몸이 되는’ 지원자들(일명 콜라병 몸매)을 선호하고 계약조건에 누드집을 내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특약조항까지 강제로 끼워 넣어 괜찮은 재목들이 연예계 진출을 기피하고 있다. 또한 한류 열풍에 기죽어 있던 중국이나 동남아 본토 연예인들이 “한국 연예인들은 돈만 주면 벗는다”며 한류 스타들까지 도매값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또한 연예계 투자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누드 프로젝트에 몰려 정상적인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는데, 여기에 ‘누드의 함정’이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은 알아야 한다. 신문 기사에는 누드집을 내기만 하면 막대한 돈을 번 것처럼 나오는데 연예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그것은 소문일 뿐 ‘뻥튀기’가 엄청나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심지어 적자로 쪽박을 찬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연예계도 누드의 부작용이 순작용을 다 망치기 전에 누드열풍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번달 호에 연예인이 아닌 대한민국 문화 인사 15인의 누드 사진을 실은 한 고급남성잡지의 편집장인 이충걸씨의 누드에 관한 철학이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마무리 글로 대신한다.
“나는, 벗은 몸을 통해 진실과, 진실 너머 또 다른 의미의 진실을 가르쳐준 숭고한 친구들에게 진정 가슴 깊이 경의를 표한다. 그들이 보여준 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도 위험한 정직이기 때문이다.”
(방송작가 백현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