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해 상공에서 공중 기동훈련을 하다 추락한 전투기 조종사들의 영정사진. 13일 국립 대전 현충원에서 이들의 영결식이 열렸다. 대전=연합

지난 11일 오후 2시47분쯤 서해 상공에서 훈련 중이던 F-5E전투기 2대가 서로 충돌한 뒤 추락했다. 다음날 수색팀은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울도 남동방 3.4마일 해상에서 전투기 좌측 수평꼬리 날개의 일부를 발견하는 등 그동안 기체 잔해 10여개만 발견했다.

그 뒤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군당국과 해경은 태안반도 북서쪽 15마일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 이 전투기에 탑승했던 엄상호(35) 중령과 한세희(33) 소령의 시신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집중 수색작업을 벌였다. 해군 함정 6척, 해경정 9척, 헬기, 수송기 등이 동원됐다. 하지만 집중 수색작업은 불과 나흘 만에 끝났다. 이보다 앞서 사고 발생 사흘째인 13일에 이미 이들 조종사가 미리 잘라둔 모발만을 가지고 영결식을 마쳤다.

이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두 전투기가 1만6000피트 상공에서 충돌하면서 1차 폭발이 있었고, 바다 위에 떨어질 때 수면장력에 의해 2차 폭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산산조각이 나 수색에 어려움이 있기에 먼저 유족의 동의를 얻어 관례대로 사고 3일 후 영결식을 가졌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국가를 위해 순직한 군인의 시신을 찾기 위해 보여준 노력은 불과 나흘에 그친 셈이다. 재향군인회 윤창로 대변인은 “미군의 경우, 최근까지도 지난 6·25때 숨진 자국 군인의 유해를 끝까지 북한에서 찾아가는 노력을 보인다”며 “후배 장병들 입장에서는 국가에서 시신 찾는 노력을 지속하는 걸 볼 때 ‘국가가 나를 끝까지 책임진다’는 희망을 갖고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군본부 홈페이지에도 자신을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자 본부회 운영자’라고 밝힌 네티즌이 “지난 2002년 서해교전 때도 41일 만에 시신을 찾은 적이 있다”며 “고인들의 시신 찾는 일을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찾아 꼭 수습했으면 한다”는 글을 올렸다.

영결식 이후 수색작업에 대해 군당국에 취재를 하자, 국방부의 입장이 좀 난처했던 것 같다. 국방부는 “비록 집중적이고, 대대적인 수색은 아니더라도 수색작업은 계속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해군측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으니, 수색 주최인 공군에 문의하라”며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다. 공군측은 “영결식 후에도 하루 2번씩 공군 구조사들이 잠수 수색 중이고 어민들에게 보상금까지 내걸었다”고 밝혔지만, 15일부터 사고지역에 헬기·수송기 등의 공중지원은 없고 항공기들은 육상에서 비상대기만을 하고 있다. 해경(海警)측은 “수색은 계속하고 있지만 주(主)업무인 해안 경비업무와 병행하기 때문에 망원경 등으로 해상 위에 떠있는 부유물 등이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에는 고 한세희 소령의 부인 김모(28)씨가 지난 14일부터 정신적 충격으로 11일째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병원에는 하루 두 번만 허용되는 면회시간을 위해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중환자실 앞을 지키고 있다. 가족들은 “사고 연락을 받자마자 김씨가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다”며 “그렇게 영결식까지는 간신히 참석했으나 영결식이 끝난 뒤 다시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마음 같아선 좀더 시신을 찾아보고 영결식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보통 항공기 사고가 나면 유족들을 배에 태우고 추락지점에 가서 추모꽃도 던지게 해주곤 하던데, 그런 게 없었어요. 군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곤 있지만 그런 점이 아쉽네요.” 가족 중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