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 정문인 '삼일문' 현판을 새로 제작하기
위해 서울시는 손병희 선생의 친필, 독립선언서, 오세창 선생의 친필에서
글자를 따오는 것을 고려했던 것으로 7일 드러났다.
서울시가 가장 먼저 고려한 방안은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한명인 손병희 선생의 글씨에서 집자(集字)하는 것. 손 선생이 남긴 글
중에는 '일(一)'자와 '삼(三)'자는 찾을 수 있었지만 '문(門)'자는
찾을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2호인
'봉황각(鳳凰閣)'의 '각(閣)'자에서 '門'자만 따서 세 글자를
모으는 방안이 제시됐다.
두번째로 고려한 것은 독립선언서에서 한글로 '삼일문'을 찾는
것이었다. 역시 '삼'자와 '일'자는 있었지만 '문'자는 없었다.
'못'의 'ㅁ'과 ' '의 'ㅅㅂ'을 뺀 나머지 부분을 집자하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고려한 것은 33인 중 한 사람인 오세창 선생의 글자를 따는
것. 오세창 선생의 글은 많이 남아있어 한자로 '삼일문(三一門)'을
완벽하게 찾을 수 있었다.
서울시는 최근 세가지 방안 중 독립선언서에서 채자(採字)키로 최종
결정하고,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권오도(權五道) 문화재과장은 "지난달 열린 시 문화재위원회에서 한글이
독립의 의미를 더 살릴 수 있다는 점이 고려돼 독립선언서에서 글자를
따오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는 3·1절 전인 다음달 현판식을
가질 예정이어서 '삼일문' 현판은 훼손된 지 1년3개월만에 다시 자리를
찾게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썼던 '삼일문' 한글 현판은 2001년 11월
민족정기소생회가 "3·1 운동의 발상지인 탑골공원에 일본군 장교
출신이 쓴 현판을 걸 수 없다"며 뜯어냈다. 현판은 여섯 조각으로
토막나 다시 사용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