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어도 좋아!’.실제 인물의 실제 정사 장면까지 담아 노인에 대한 사회의 기존관념을 뒤집고 있다.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걱정하는 소리가 한쪽에선 높지만, 확실히
요즘 다양한 소재와 개성있는 연출로 한국 영화 지평은 넓어지고 있다.
이달 말 개막하는 전주영화제 출품작 중 '죽어도 좋아!'
(감독 박진표·36)가 좋은 예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빈 극 영화 '죽어도 좋아'는 영화제 출품을 위해,
또 각종 지원을 받기 위해 영화계 전문가들에게 먼저 선보이면서 화제를
부르고 있다. 70대 커플의 일상 생활(실은 성(性) 생활)을 집중해
보여주는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도 한다. 파격적인 노출과 성 표현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그러나'엽기 에로'가 아니다. '너희가 노인들의 삶을 아느냐'고 묻는
영화다.

배우자를 사별한 70대 노인들이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고 동거에
들어간다. 할머니는 옷보따리 하나를 들고 할아버지의 집으로 들어 온다.
커다란 고무통에서 함께 목욕하며 어린아이처럼 장난치고, 정사 장면에선
"아유 죽겄네" "어유 좋네" 감탄사가 연발이다. 시시각각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현재에서 섹스는 이들이 스스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몇
안되는 계기 중 하나다. 잠자리를 가진 날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고,
다세대 주택 옥상에서 국민 체조를 하는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이기 이전에
어엿한 남자. 그러나 노인 잔치에서 받은 아이스박스를 들고 산동네
계단을 오를 때, 할머니 영양보충을 위해 안간힘을 다해 닭목을 비틀
때는 영락없는 노인이기에 이들의 생생한 연기는 깊은 연민을 자아낸다.

이들이 알콩달콩 연애하고 부부로 정을 나누는 모습은 '노인'이란 이름
아래 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려왔던 세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추상적인 감정인 사랑은 정사(情事)를 통해 구체화된다. 박진표 감독은
방송사 다큐멘터리 PD출신.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만난
박치규(73)·이순예(71)씨 실제 얘기를 소재로 이들에게서 연기 아닌
연기를 끌어냈다. 6㎜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35㎜ 필름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