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머리 좋지만 국가는 잘 나가지 못해" ##
## "武를 경시 전통이 국민통합의 저해요인으로" \##

한국은 역사적으로 지배층이 '버추얼리즘(virtualism·관념주의)'에
빠져 있어 나라를 망쳤다면서, "한국이여, 현실에 눈뜨라"고 충고한
'이야기 한국인'(문예춘추사)이란 제목의 책이 일본에서 나왔다.
보수파 한국 연구자로 유명한 다나카 아키라(75) 다쿠쇼쿠대학
객원교수가 썼다.

"한국 사람은 머리가 좋지만, 한국이란 국가는 잘 나간다고 보기
힘들다. 첫째, 국가 원수가 이렇게까지 계속해서 모욕당하는 나라는
없다. 정부고관·기업간부의 부정은 끝없이 터지고, 사정이 반대파
억압에 이용된다는 소리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국민 모두가 공감해야
할 남북관계 개선사업이 도리어 국내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 원인을 무(武)를 경시한 문치(文治)의 역사에서 찾았다.
역대 지배층이 주자학적 논리에 함몰한 나머지, 예컨대 명(明)의 멸망
후에도 현실의 지배자 청(淸)을 부정하는 식의 '버추얼(가상) 세계'에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고대의 한국인은 생존을 위해 '당당하게' 사대를 하면서 때로는
중국과 싸울 각오가 돼 있었다. 그러나 고려 후기 문신지배가 시작되면서
달라졌다. 이후 800년간 이어져온 '무(武)'경시의 전통은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저해 요인이 됐다."

19세기말 열강의 각축 시대에도 한국의 지배층엔 필사적 위기감이 보이지
않았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그저 적을 야만인으로 멸시하는 관념적인
우월감뿐, 힘을 갖춰 유효한 대항전선을 구축하려는 발상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징병 회피 풍조를 현대판 '경무(輕武)'현상의 하나로 분석한다.
병역 미필자가 특히 엘리트 층에 많다는 점을 들며 "이래서는 국민
전체가 한 배를 탔다는 운명공동체 의식이 생겨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인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북한 정권에 동조하는 인텔리 층이 한국엔 꽤
있다. 외부인이 보기엔 기묘한 현상이지만, 관념적 명분론에 사로잡힌
지식인이 현실 대신 '버추얼 세계'에서 살아온 전통에 비춰보면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는 지적했다.

국민보다 관념을 중시해 온 한국의 엘리트로선 주체 사상이니 하는
관념적 용어에 약하고, 관념적 슬로건을 외치는 쪽이 국면을 리드하게
돼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북한 탈출자가 북한의 참상을 호소해도 한국
사회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섬나라 일본은 역사적으로 늘 우물안 개구리가 돼선 안된다고
자계(自戒)해왔다. 반면 중화 문명의 우등생을 자임한 한국은 자계 대신
자만(自慢)이 우세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주자학에 탐닉한 지배층은 국가건설에 대한
센스가 없었다"면서 "예컨대 구한말에도 외세를 물리치자는 슬로건뿐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존재하지 않았다. 문민 지배층, 즉 양반은 민중을
생각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배·피지배층 간에 운명공동체 의식이 생기질
못했다"고 말했다.

또 "박정희 정권의 18년이 관념적 문민지배에서 벗어났던 유일한
시기였다"면서, "그는 지난 800년간 한국 역사에서 국가건설이라는
뚜렷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획·조직운용 능력을 보유한 유일한
지도자였고, 그 후 한국엔 국가를 생각하는 진정한 '정치가'가
사라지고 권력투쟁을 치닫는 '정객'만 남았다"고도 했다.

(도쿄=박정훈특파원 j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