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세우는데 주차장에 세우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8일 오후 3시 40분 서울 동대문운동장 건너편 이면도로 공공주차장 옆.
주차단속원 이모(여·29)씨가 도로 한가운데에 불법 주차중이던 녹색
그레이스 앞유리에 '과태료 부과대상' 스티커를 붙이자 이를 보고 앞
가게에서 뛰어나온 30대 남자 운전자 A씨가 손을 위로 치켜들며 말했다.
5m 옆에 있는 공영주차장에는 차량 14대를 세울 공간 중 6대 공간이 비어
있었다. 하지만 A씨는 과태료 스티커를 뜯어내 차 앞유리를 탁탁 치며
"금방 갈건데 주차장에 세워야 하느냐"며 30여분동안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0월 1일 주차단속 권한이 공무원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앞두고
시민들은 "주차공간이 없는데 단속만 강화한다"고 불만이다. 하지만
운전자들의 주차질서에 대한 의식 부재는 여전하다. 주차장 바로 옆에서
불법주차, 단속되면 위협과 폭행등 낯뜨거운 장면들이 비일비재하다.
8일 오후 2시 청계2~3가 사이. 4차로 도로의 4차선에 마련된
공영주차장은 텅 빈 채 3차선에 화물차와 승합자가 빈틈없이 서 있었다.
주차단속원 김모(여·34)씨가 택시정류장 앞에 주차된 1.5t 트럭에
과태료 스티커를 붙이고 지나가자 2~3분 뒤에 50대 남자 운전자가 쫓아와
"이 스티커 필요 없으니 가져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지역
공영주차장의 화물차 주차요금은 최초 5분은 무료, 30분에 500원. 하지만
차량들은 하나같이 주차구획선을 피해 골목 입구와 도로 한가운데를
비집고 세워져 있었다. 불법주차 운전자들은 단속원이 나타나면 차를
잠시 이동한 뒤 1~2분 후 다시 돌아와 그대로 세우곤 한다.
단속된 차량 운전자가 단속원에게 욕과 폭행을 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달
26일에는 중구 신당동 K은행 앞 도로에 불법주차해 단속된 승용차의 50대
운전자가 단속원 신모(여·29)씨 얼굴을 과태료 스티커로 때려 경찰이
출동했다. 지난달 24일 강남구 청담동 W병원 옆 이면도로에서는 승용차
3대가 한 건물 앞에 불법주차해 단속되자 건물 관리인 60대 남자가
단속반 공익근무요원 이모(24)씨의 턱을 머리로 들이받아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지난 5일 오후 2시 20분 중구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
앞에서는 차량 20여대가 단속에 걸리자 운전자 7~8명이 나타나
주차지도원 박모(46)씨 등 2명 앞을 가로막고 20여분동안 길을 내주지
않아 경찰이 출동했다. 중구 교통지도과 신병구 주차관리팀장은
"단속된 사람들이 전화로 심한 욕을 해서 발신자번호 추적과 녹음장치를
갖췄다"며 "구청으로 찾아와 탁자 유리를 깨는 사람, 심지어 과장
머리에 총을 겨누고 위협한 이도 있어 CCTV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교통지도단속반 나선일 주정차단속팀장은 "차는 허용된
곳에 세워야한다는 주차의식이 부족하다"며 "과태료가 쌓여도 내지
않고 버티는 상습 불법주차차량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불법주정차 차량에 부과된 과태료의 징수율은 95년 79%에서 99년 47%,
2000년 41%로 해마다 떨어져 올해 상반기에는 28%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