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독점 중계권 문제가 방송사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MBC는 지난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프로야구협회(MLB)와
메이저리그 독점중계 계약을 발표했다.

MLB 폴 비스톤 사장과 폴 아키 부사장이 배석한 이 자리에는 각 방송사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계약액수.

MBC는 금액 문제가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계약조건 위반임을
내세워 공개를 피했다.

그동안 과열경쟁에 대한 곤란함을 의식한 듯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의
사태추이를 자세히 밝혔고 기자회견 시간을 협회관계자의 출국시간을
들어 30분으로 제한했다.

이날 참석한 KBS와 iTV 기자는 MBC에 대해 항간에 떠도는 `3500만 달러
이상설'에 대한 정확한 답변과 부대조건 등에 대해 꼼꼼한 설명을 재차
요구하는 등 기자회견 내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MBC는 "방송매체의 브랜드와 노출성을 고려해 3500만달러보다는 훨씬
적은 액수로 계약을 맺었다"며 구체적 수치를 밝힐 수 없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한편 우선 협상대상이었다가 막판에 중계권을 놓친 iTV. 같은날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돌렸다. "지난 9월 MLB측에 1800만달러를
제시했으나 다른곳(타 방송사)과 3000만 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왔다"는 것이 요지였다. "iTV는 회사경영과 국가
경제여건을 감안해 중계권 포기의 판단을 내렸다"고 발표해 공중파
방송사의 고액배팅을 암시했다.

한편 이틀이 지난 9일 KBS는 "MBC가 국내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있는
시점에서 3200만 달러(한화 약 384억원)라는 가당치도 않은 외화를
지불하면서 메이저리그 경기 중계권을 독점계약한 것은 무모한
결정"이라고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각 방송사가 MBC에 대해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하나.

올해 방송 3사 스포츠국장간에 합의된 메이저리그 중계에 대한
`합동방송시행' 약속을 어기고 독자행보에 나섰다는 점이다.

MBC는 보도자료를 통해 "타 방송사에서 약속을 어기고 먼저 독자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어느쪽의 말이 맞는 지는 당사자들만이 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방송3사가 과열경쟁으로 이전투구를 보이는 동안 어부지리를 얻은 쪽은
미국프로야구협회란 사실이다. 당초의 약속대로 방송3사가 공동 행보를
취했더라면 MBC가 지불할 외화보다는 훨씬 적은 액수로 협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잇단 대기업 도산과 금융위기설, 연말 실업자 100만명설 등이
차가운 초겨울 날씨만큼 썰렁하게 느껴지는 요즘.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경매를 실시한 듯한 미국프로야구협회의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에 휘둘린
듯한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찬호 경기를 공중파로 볼 수 있게
된 것을 마냥 기뻐할 수만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