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네모나다고 별명이 '도시락'인 김진수(29)는
아줌마들에게 특히 인기 높다.

"방송국 앞에 여학생들이 몰려있다가 '꺄악~' 소리 질러요.
그리고는 사인해달라고 서로 난리죠. 그러면서 다들 이래요.
'아저씨, 우리 엄마가 아저씨 되게 좋아해요.'" 엄마들이 아들,
딸 위해 대신 사인받는 경우는 왕왕 봤지만, 그 반대는 김진수에게서
처음 들었다. 이유가 뭘까 하고 물었더니 "글쎄, 잘 모르겠어요"
하며 히히 웃는다.

개그맨의 오랜 인기는 쉼없는 아이디어에서도 나오지만, 외면하기
어려운 푸근한 이미지에서도 나온다. 때로 그 푸근함은 '만만함'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김진수는 TV 화면에서 참 '만만해' 보이는 개그맨 중
하나다. 넉살 좋게 생긴 얼굴 어디에도 표독스런 구석이 없다.
아줌마들이 그를 좋아하는 건 그래서일까?

'웃는 날 좋은 날' 녹화를 끝낸 오후 7시30분쯤 여의도 MBC에서
만난 그는 오른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축구하다 다쳤다고 한다. 그는
"중국 음식 좋아하세요?" 하며 근처 상가로 이끌었다. 신인 개그맨
고명환(28)과 김상준(27)이 동행했다.

"다리가 그래서 어떻게 녹화를 해요?" 하고 물었다. "희한하게
카메라 돌아가면 아픈 줄 몰라요." 그는 "녹화 끝나니까 또 아프네"
하며 얼굴을 찡그려보였다.

서울예전 연극과 89학번인 그는 2년제 대학을 11년 만인 지난 2월
졸업했다. 많은 연예인들이 휴학 복학을 거듭하다 흐지부지 하는 터라
의외였다. "고등학교(용산고) 시절부터 서울예전을 동경했거든요.
그래서 꼭 졸업을 하고 싶었어요. 인터뷰 때마다 '서울예전 나왔다'고
거짓말하기도 싫고, 내 자식이 학교가서 아버지 직업란에 '고졸'이라
쓰는 것도 싫고."

2학년이던 90년 영화 단역으로 데뷔했다. 편집하면서 다 잘려
조그셔틀로 돌려가며 봐야 간신히 볼 수 있단다. 영화 제목을 묻자
쑥스러운 듯 "장군의 아들이요" 했다. 장군의 아들, 워낙 신인
조·단역이 많아 신인배우 100명을 배출했다는 그 영화다.

김진수는 덩치도 크지만 손이 무척 컸다. "농사꾼 손이네요"
했더니, "옛날에 태어났으면 나라 몇 개는 세울 손이래요" 하며
그 큰 손으로 연신 탕수육을 집어들었다.

95년 MBC ‘젊음의 다섯마당’으로 김효진과 함께 TV 데뷔했다.

"저는 유독 장사꾼 역할을 많이 했어요. 수박장사, 계란장사,
아이스크림 장사로 나왔죠." 그러다가 96년 추석 특집 코미디에서
이윤석과 함께 '허리케인 블루'라는 립싱크 개그로 일약 스타가
됐다. 파바로티 분장을 하고 나와 입 모양과 표정으로 가곡을
부르는 코미디였다.

"제가 워낙 음악을 좋아해서 그냥 한번 해본건데, 그게 거의
2년을 가더라구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했거든요. '허리케인
블루'도 정극(정극) 식인데, 왜 웃는지 모르겠어요." 옆에 있던
후배 개그맨 중 하나가 "사실 진수형이 애드립이 굉장히 강해요"
했다. 그는 "밥 먹여 놓으니까 이제서야 슬슬 말을 하는구나"
하며 껄껄 웃었다.

현재 김진수가 고정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MBC '웃는 날 좋은 날'
'목표 달성 토요일' '웹 투나잇'이 있고, SBS 라디오
'오 해피데이'를 개그우먼 정선희와 함께 진행한다. "라디오
참 매력있는데 너무 힘들어요. 그렇지만 라디오 하면서 말이 많이
늘었어요."

그는 한번 '뻗으면' 절대로 못 일어난단다. 12시에 라디오
생방송인데 일어나보니 오후 4시인 적도 있었다. 후배들이 얼음
두 봉지를 셔츠 안에 부어넣어 잠을 깨운 적도 있단다.

"원래 영화, TV, 뮤지컬, 연극 다 해보고 싶었는데 TV에
먼저 오게 됐죠. '이게 기회다' 했었던 거죠. 그런데 하다 보니까
개그맨, 아주 매력있는 직업이에요."

그에게 웃음은 철저히 계산된 '방정식' 같은 것이라고 했다.
"개그맨의 웃음은 계산이에요. 그냥 웃겨봐야 동네에서나 유명하죠.
선배 개그맨들을 보면서 항상 '어떻게 저런 계산이 나왔을까'
해요."

그는 ‘톱 스타’가 아닌 것이 오히려 좋다고 했다.

“푸근하잖아요. 보는 사람도 푸근하고, 내 마음도 푸근하고.”

고량주를 '딱 두잔' 마신 그는 "고량주는 참 이상해요.
두 잔이면 완전히 노곤해지거든요" 하더니 '웹 투나잇' 녹화하러
간다며 일어섰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다 됐다. 언제 2시간 반이
지났는지 모를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