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잘려 산자락 찾아볼 수 없고 중턱에 운전학원까지 들어서 ##
용인 서북부지역에는 현재 죽전, 수지, 동백, 보라, 보정 등 18개의
택지개발지구가 지정됐거나 혹은 검토중이다. 건교부가 추산한 이곳
주거인구는 오는 2008년이면 무려 85만. 환경정의시민연대 서왕진
사무처장은 『난개발은 이미 수습의 차원을 넘어섰다』며 『유일한
대안은 당장 모든 개발을 중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업자들의 난개발과 대규모 택지조성사업이 함께 진행중인 경기 용인시 수지읍 일대. 구릉이 많던 용인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고, 약간의
녹지만 남긴 채 바둑판처럼 깎인 땅에 고층아파트들이 빽빽이 들어서고 있다.
/본사 제비2호에서 ·조종 김면수차장
특히 광교산 일대 개발현장은 기존 자연경관을 무시한 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간업자들의 난개발로 인해 크게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택지개발을 앞두고 자연부락의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산 남동쪽
신봉택지 개발지구. 지난 95년 토공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한 이래
44만7000㎡ 대지가 확정됐지만, 양지말로 이어지는 산 계곡 상류
곳곳에서는 이미 4개의 크고 작은 민간업자들이 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홍천말~양지말로 이어지는 지역은 굴삭기가 한번 쓸고 지난간 뒤
기름진 논들은 황갈색 나대지로 변했고, 곳곳에 우뚝 서있는
타워크레인과 철골로 인해 논과 밭이 어우러져 있던 신봉리 일대는
거대한 정유공장을 방불케 한다.
작년 말 이곳 신봉리 일대에 1만2000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나선 한 건설업체는 산중턱부터 수지 2지구까지 편도4차선 도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뒤질세라 한국토지공사를 비롯, 2~3개
업체들이 잇따라 아파트 분양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94년 준농림지 확대 조치 이후 수도권 전역에는 분당신도시의
5배에 달하는 규모로 중·소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있으며(건교부),
광교산은 그 첫번째 희생양이다. 이미 7개 업체 92개동의 아파트가
건축 중에 있는 인근 성복리는 산자락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던 산맥은 허리가 뚝 잘린 채 흉물스런 옹벽으로 에워
싸였고, 아파트가 숲을 이루는 단지 안쪽에서는 어느쪽을 둘러봐도
자연녹지는 보이지 않는다.
주민 김응호(46·농업)씨는 『주민들이 수백 년을 터를 닦고 살아온
산야를 이처럼 하루아침에 뭉게 버릴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건교부는 난개발 후유증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자 부랴부랴 지난해말
준농림지역을 준도시지역으로 용도변경할 수 있는 요건을 기존의 300세대
규모에서 택지개발지구 수준인 1500세대(10만㎡)로 강화했다.
광교산 입구 토월 약수터 부근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작년 11월부터
인근아파트 주민 368세대가 자연경관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며
「녹지보존대책위」를 만들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항의하자 총 10개동
중 6개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위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자동차운전학원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광교산 일대는 서울 강남까지의 출퇴근이 용이하고 분당신도시의
도심기반시설을 이용하기에 좋다는 이유로 일찍이 지난 97년부터
전원주택지로 각광을 받아왔다.
주민 정문경(43·여)씨는 『개발도 좋지만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그나마
눈꼽 만큼 남아있는 수지읍의 녹지는 다 사라질 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토지공사 정만모 택지사업1처 개발부장은 『동백과
죽전지구의 경우 개발계획 수립단계부터 주요 야산의 능선자락은 모두
근린공원이나 경관녹지로 살려놓았다』며 『앞으로는 지구 지정시 산림이
좋고 울창한 지역은 모두 뺄 것』라고 말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기존 취락구조와 자연경관을 무시한 난개발에 대한
반성으로 자연친화적인 도시건설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가령 프랑스의 경우 대규모 아파트단지보다는 1970년대부터 공동주택의
층수를 낮추고 각 동 사이의 간격을 넓게 배치해 녹지환경을 그대로
보존하고있다.
경기개발연구원 이선옥 연구원은 『수도권은 이미 주택보급률이 83%를
넘어섰기 때문에 지금처럼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한 아파트 공급은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