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한국을 방문하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증조부인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1902년)에 다녀온 대한제국 축하사절단의
공식 보고서와 한글 기행문, 영국 왕실에서 선물한 기념 메달 등
0희귀자료 4종을 사절단 일원의 후손이 11일 공개했다.
축하 사절의 부대표였던 이종응(정3품)이 귀국 후 한문으로
작성해 고종황제에게 제출한 공식 보고서 '서차록'은 유길준의
서유견문보다 7년 후에 나온 희귀 사료로, 이종응의 증손인 이해
남(78·서울 강남구 청담동·여)- 해석(61·서울 구로구 항동)씨
남매가 오랫동안 집에 보관해오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방문
을 앞두고 조선일보에 공개했다.
1902년 영국 대사관식에 가던 사절단 일행이 일본 요코하마에서 찍은 기념사진
(아래). 앞줄 왼쪽부터 김조현 이재각 이종응, 뒷줄 왼쪽부터 고희경 칼복. 위
사진은 이종응이 작성한 영국방문보고서 '서사록'.
당시 대한제국 축하사절단은 특명부영대사 의양군 이재각(1873∼?),
수행원 이종응(1853∼1920), 예식원 번역과장 고희경, 참리관 김
조현으로, 인천주재 영국영사 칼복이 동행했다. 이재각은 '사도
세자'로 알려진 장헌세자의 4대손이고, 이종응은 중종의 11대손
인 왕족이었다.
공식보고서 '서차록(서사록 서쪽으로 배타고 갔다온 기록)'에
따르면, 축하사절 5명은 한국을 떠난 지 60일만에 런던에 도착했
다. 1902년 4월 7일인천항을 출발, 일본 요코하마를 거쳐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했고, 기차로미주대륙을 횡단한 후 퀘벡에서 다시
대서양을 건너 60일 만인 6월5일 영국 리버풀항에 도착했다.
일행은 한달 남짓 영국에 머무르면서 1902년 6월 26일에 거행
된 대관식에 참석하고 서양 문물을 접한 뒤 7월 7일 런던을 출발
했다. 파리, 제노바,나폴리를 거쳐 수에즈 운하와 홍해를 통과,
콜롬보,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상해), 나가사키(장기)를 거쳐
인천항에 도착한 것이 8월 20일이었다.
일행은 도착 당일 고종 황제에게 귀국신고를 하는 것으로 축
하사절의 임무를 마쳤다.
이씨 남매는 이종응이 공식보고서와 별도로 쓴 한글기행문인
견문록, 축하사절 5명이 경유지인 일본 요코하마(횡빈)에서 찍은
기념사진, 영국 정부로부터 받은 1902년 6월 26일자 기념메달 등
도 공개했다. 이들 일행을 영국에 파견한 기록은 관보인 황성신
문에 실려 있지만, 일행의 보고서와 견문록 등이 상세히 공개되
기는 처음이다.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교수는 "구한말 정부 고위인사가 펴
낸 해외견문기는 유길준의 서유견문(1895년) 등 몇편만 남아있다"
며 "열강의 사회상과 국방력 경제력 문화 등을 자세히 묘사한 서
차록과 기행문은 사료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20세기초 선진문명 현장에대한 생생한 스케치는 서유견문
을 뛰어넘는 묘사력을 보여준다"며 "그중 공연장이나 불꽃놀이
장면은 압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