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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의 하늘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여객기와 군용기, 헬기 등 하루 650여대의 각종 항공기가 뜨고 내
리는 . 이곳에 있는 지상 64m의 관제탑에는 국내-외 비행
기 이착륙 유도와 레이더관측, 항로지정등 항공기 교통정리에 관한 모
든일을 처리하는 비행 관제사 41명중 4명이 여성이다.
서울지방항공청소속 공무원인 이들은 모두 항공교통학과 선
후배 사이. 파일럿이 되는 꿈을 가지고 있어 초경량비행기 조종이 취
미라는 주은아씨(26.93년 입사)는 『세계 유수의 공항인 김포에서 그
동안 관제사의 실수로 인한 인명사고가 단 1건도 없었던것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얼마전 인도 뉴델리 인근에서 여객기 2대가 공중에
서 정면 충돌,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것처럼 어처구니 없는 사고는 김
포에선 어림도 없다는 얘기다.
92년 졸업과 함께 관제사 자격증을 따 가장 고참격인 정혜인씨(27)
는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잘못을 피하기위해 중요한 관제는 2중
으로 확인한다』면서 『우리나라 상공에 떠 있는 각 항공기간의 거리와
속도,고도 등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아슬아슬한
순간들도 있다. 여객기들은 고유번호를 부여받아 정해진 하늘 길을 운
항하지만 관제사의 통제를 받지 않고 시계비행하는 군 작전기들이 언
제 여객기 항로로 끼어들지 모르기 때문. 여기에 최근 몇년 동안 급격
히 늘어난 여객기들로 「체증」을 빚고 있는 공항과 하늘을 통제하느라
업무부담이 큰 편이다. 성경희씨(24)는 『요즘은 이륙하기 위해 한 활
주로에 대기하는 비행기들이 보통 10대는 된다』면서 『착륙하는 여객기
에 우선권을 주는 등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일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관제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매력만점이다. 어릴적
부터 공항옆에 살아 초등학교∼대학교까지 「항공」자가 붙은 학교만 다
녔다는 성씨,매일 하늘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주씨, 항공기
관제가 갖는 전문성에 매료됐다는 정씨….
동료들과는 달리 말수가 가장 적었던 우지희씨(24)는 정년때까지
이일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듯한 표정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