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며느리들은 참을성이 너무 없는 것 같아.』.

전화로 고부간의 갈등을 털어놓는 「며느리의 전화」(577-5657)에서
지난 6년동안 상담을 맡아온 강소득씨(72·역장). 강씨는 작은일로 「이
혼을 하겠다」고 나서는 신세대 며느리들이 보기에 안타깝다고 한다.

지난 91년 은초록복지재단(대표이사·홍순창)이 공모한 「일하는 노
인 수기 모집」에서 역장일을 담담하게 쓴 「육지의 등대지기」로 당선, 그
인연으로 은초록재단의 며느리전화 일을 맡게 됐다.

『훌쩍거리면서 대뜸 하는 소리가 이혼을 하겠대. 시어머니를 모시
고 사느냐고 했더니 그것도 아냐. 결혼한지 1년이 안됐는데 가끔 시댁에
가면 시누이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못 참겠대. 내가 막 야단쳤
어. 결혼이 장난이냐고.』.

예전에는 경제적 문제나 남편의 여자문제로 전화하는 경우가 많았
으나 요즘은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가령 「짧은 반바지를 입고 싶은데 시어머니가 야단을 친다」 「냄새
나는 청국장과 생선요리를 하라고 시킨다」 「살림살이를 시어머니 마음대
로 배치하려 한다」 「위생관념이 없어 부엌에 들어오시는 것이 싫다」 등
세대간의 사고방식 차이로 인한 다툼이 많다는 것.

통계상으로도 지난해 7월부터 1년동안 며느리의 전화에 접수된 1만
6천3백여건의 상담중 ▲고부갈등 44.3% ▲가족갈등 12%▲부부갈등 10% ▲
경제적 갈등 3.5%로 고부갈등에 대한 상담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시어머니들도 전화로 며느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전화상담 일지에는 「명문대를 나온 며느리가 어른이 들어와도 인사
조차 않는다」 「함께 사는 작은 며느리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데 큰며
느리가 심하게 불평한다」 등이 적혀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며느리에
게 돌릴수 만은 없다는 것이 강씨의 설명.

『시어머니는 며느리들을 거느릴 줄 알아야 돼. 편애는 금물이고
며느리들끼리 싸운 뒤 고자질하면 「너희들간의 감정문제에는 관여하지 않
겠다」고 잘라 말해야 돼.』 하지만 고부간의 갈등에서는 남편이 잘잘못을
가려주는 「중간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가사과 1학년이던 22세에 정신대를 뽑는다는 소문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결혼한 강씨는 4년뒤 6.25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3형제
를 둔 청상과부가 됐다.

노점, 포목점, 빵집, 보석가공업…. 전쟁이 끝난 뒤 아들과 시부
모, 시동생들까지 부양하기 위해 안해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10여년
동안 시부모를 모셨던 강씨는 큰아들이 결혼한 뒤 13년동안 아들부부와
함께 살았다.

강씨는 지난 83년부터 경기도 고양시 원릉역 역장을 맡아 월 3만원정
도의 수고비를 받으며 혼자서 역을 지키고 있다. < 박아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