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F-16은 1970년대 말 미국에서 개발됐다. 당초엔 F-15 전폭기의 보조 전투기였다. 하지만 가볍고 민첩해 공중전에 능하고 지상 폭격까지 하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1980년대 중동 분쟁 때 러시아의 미그-21과 수호이-22 등을 44대 격추했다. 반면 공중전에선 한 번도 격추된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게임 체인저로 투입될 정도로 롱런하고 있다.

▶F-16은 1980년대 한국형 전투기 사업 때 F-18과 경쟁했다. 처음엔 밀렸지만 가성비(대당 264억원)로 뒤집었다. 한동안 ‘방산 비리’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미국 직수입(40대)과 국내 면허 생산(140대)을 합쳐 총 180대였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F-16을 운용하는 나라 중 하나다. 현재도 공군 전투기 중 가장 많다. 국내 생산 기종은 KF-16으로 불렸다. KF-16은 각종 공중 사격 대회에서 우승하고 탑건을 줄줄이 배출했다. KF-16 대량 배치로 북한 공군을 실질적으로 완전히 제압했다. KF-16 조종사들은 훗날 공군 지휘부로 성장했다.

▶성능도 계속 업그레이드됐다. 전자전 장비가 추가되고 합동정밀직격탄(JDAM) 장착으로 정밀 타격 능력도 보유했다. 근래엔 대당 167억원을 들여 대대적 개량에 들어갔다. 여러 표적을 동시 탐지하는 위상 배열 레이다(AESA)와 첨단 전자전 장비가 속속 장착됐다. 이렇게 변신한 KF-16U는 현재 60대에 이른다. 미국의 최신 F-16V와 성능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40년이 지나도 KF-16은 여전히 주력이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럴 것이다.

▶그림자도 있다. 도입 후 각종 사고로 15대가량이 추락·손실됐다. 1993년 처음으로 F-16 1대가 공중 폭발했고 1997년엔 비행 훈련 중 2대가 잇따라 추락했다. 2007년에는 충남 보령 앞바다에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숨졌다. 주한 미군의 F-16은 작년 한 해 동안 세 번이나 추락했다. 기체 결함, 정비 불량, 조종사 실수 등 다양한 이유다. 지난 3월엔 KF-16 2대가 조종사 좌표 입력 실수로 민가 부근에 폭탄을 투하하는 어이없는 사고도 벌어졌다.

▶지난 11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연합 훈련 중이던 KF-16이 활주로 오진입으로 파손되고 조종사들이 비상 탈출했다. 조종사와 관제탑의 잘못이 겹친 사고였다. 이 때문에 성능 개량이 이뤄진 KF-16U가 불탔다. 조종사들이 무사해 다행이나 너무 아까운 기체를 또 하나 잃었다. 군에서 연이어지는 사건 사고는 이것으로 끝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