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우연히 재미있는 장면을 보게 됐다. 미국 대학 농구 경기에서 자유투를 얻은 선수가 슛을 준비하자 상대팀 치어리더들이 골대 밑에 도열해 온갖 선정적 자세로 춤을 췄다. 골대 뒤에 앉아 있던 응원단도 정신 사나운 얼룩말 무늬 대형 천을 마구 흔들었다. 이런 훼방 탓인지 슛은 빗나갔다. 상대팀의 이날 자유투 성공률은 평소의 80%에서 60%로 주저앉았다. 그런데도 심판은 반칙 호루라기를 불지 않았다. 규정도 없겠지만 응원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인격 모독, 신체 위협, 인종차별 같은 저질 응원이나 야유는 문제가 된다. 2006년 이탈리아 축구에서는 아프리카 출신 흑인 선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상대팀 응원석에서 원숭이 소리를 질렀다. 지금 그랬다가는 심각한 징계 대상이다. 국제축구연맹은 2002년부터 인종차별 행위를 징계했고 2019년부턴 2만달러의 벌금과 무관중 경기, 승점 감점, 대회 퇴출 등으로 처벌을 크게 강화했다.
▶지난 11일 중국에서 열린 축구대회에서 광주FC와 맞붙은 중국팀의 일부 팬이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을 꺼내 들었다가 제지당했다. 이웃 나라의 비극적 사건을 이용해 상대팀 선수들을 자극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비신사적 응원이 처음도 아니다. 재작년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중전 때는 일부 중국 관중이 손흥민과 이강인의 얼굴에 레이저 불빛을 쐈다. 레이저 빔은 선수의 시력을 손상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국내 일부 축구 팬 사이에서 “우리도 중국 천안문 사태 당시 탱크 사진으로 응수하자”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도 잘못된 응원전을 펼친 사례가 적지 않으니 우리 응원 문화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자는 얘기도 나온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그런데 그해 가을 국내에서 열린 축구 한일전 때 일부 한국 팬이 ‘일본의 대지진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건 적이 있었다.
▶10년 전 스페인에서 뛰던 흑인 축구 선수에게 관중이 바나나를 던지며 조롱한 적이 있다. 선수는 흥분하지 않고 바나나를 집어 들어 먹은 뒤 다시 경기에 임했고 동료들도 소셜미디어에 바나나를 들고 찍은 ‘바나나 인증샷’으로 점잖게 항의했다. 응원은 선수와 관객 모두에게 이롭다. 응원 함성은 선수의 남성 호르몬 수치를 70%까지 끌어올려 경기를 더욱 박진감 있게 만든다고 한다. 저질 응원이 이런 즐거움을 줄 리가 없다. 응원에도 정정당당히 겨루는 페어 플레이 정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