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라는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이태경기자

민주당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앞세운 각종 규제법을 무더기로 국회에 상정했다. 그 내용이 지나치고 어떤 법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독자들의 인기투표를 기준으로 신문에 정부 광고를 집행하겠다는 정부광고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조직화된 친정권 세력이 신문 광고 시장을 쥐락펴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신들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하는 신문에 인터넷 등을 통해 ‘좋아요’ 투표를 몰아주는 일이 일상화될 것이다. 이를 누가 언론이라고 하겠나. 권력이 노골적으로 언론을 길들이고 줄 세우려는 것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게 했다. 언론이 오보를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권력이 이를 이용해 언론을 겁박해 비판 보도를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 법안이 실제로 목표로 하는 것은 이런 효과로 보인다.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언론사의 ‘현실적 악의'를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민주당 법안은 ‘고의가 없다'는 것을 언론사가 입증하도록 돼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이미 오보에 대한 손해배상과 명예훼손·모욕죄 처벌은 민법과 형법에 세밀하게 명시돼 있고 정정 보도 등 피해자 구제 절차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징벌적 배상'을 또 도입하는 것은 언론에 겁을 줘 재갈을 물리는 것 아닌가.

이 정권은 권력을 잡은 뒤 제일 먼저 한 것이 언론 장악이었다. 몇 천원 김밥 값까지 문제 삼아 TV 방송의 야당 추천 이사를 쫓아냈다. 그렇게 정권 편 인사를 사장으로 만들었다. 종편 등 민간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 인허가권을 무기 삼아 극심하게 통제하고 있다. KBS 사장 시절 왜곡 보도를 일삼은 대표적인 친정권 인사를 방송심의위원장으로 만들려 한다. 심지어 의견을 담은 칼럼까지 문제 삼아 언론사와 필자를 고발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 정권 사람들은 걸핏하면 언론 ‘폐간’을 협박하고 있다. “언론은 정부 손안의 피아노가 돼야 한다”고 했던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는 ‘편집인 법률’을 만들어 신문 편집권에 대한 직접 통제에 나섰다. 이 정권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