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핵심은 ‘주당 52시간’으로 묶인 근로제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기본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규정하고, 근로자가 동의하면 주당 12시간 연장 근로를 허용한다. ‘주 52시간제(40시간+12시간)’라고 불리는 건 이 때문이다. 특정 기간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인정받는 특별연장근로 등이 있긴 하지만, 원칙은 주당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길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1주일 단위로 규제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月)·분기·반기·연(年) 단위로 다양화한다는 방침이다. 1주일에 12시간만 허용하는 연장근로시간 칸막이를 없애, 월·분기·반기·연 안에서 탄력적으로 적용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첫째 주 54시간, 둘째 주 48시간, 셋째 주 40시간’ 식으로 일할 수 없다. 평균을 내면 주 47시간이지만 첫째 주에 주 52시간을 넘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장근로시간 산정 기준을 월로 바꾸면 가능해진다. 월평균 주 52시간만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하면 근로자가 특정 기간 일을 너무 몰아서 하게 될 우려가 있으니 출퇴근 사이 11시간 의무 휴게시간을 주라고 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한 주에 69시간을 몰아 썼다면, 남은 기간에는 그만큼 일을 적게 해야 한다.
다른 선택지도 있다. 출퇴근 사이 11시간 의무 휴게시간 없이 특정 주에 최대 64시간 근무할 수도 있다. 11시간 의무 휴게 시간이 있으면 오전 9시에 출근한 근로자는 아무리 늦어도 밤 10시에는 퇴근해야 한다. 하지만 밤 10시 이후에도 작업해야 할 만큼 일감이 몰리는 경우가 없진 않으니 출퇴근 시간 제한을 좀 풀어주되, 전체 근로시간 양은 더 줄인다는 것이다. 지나친 과로 위험을 막고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건강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단위 기간을 분기보다 길게 할 경우에는 연장근로 한도 총량을 줄인다. 단위 기간을 주나 월로 할 경우에는 전체 허용 근로시간에 변화가 없지만, 분기는 연장근로 한도의 10%, 반기는 20%, 연은 30%를 삭감한다. 이렇게 되면 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분기는 50.8시간, 반기는 49.6시간, 연은 48.5시간이 된다. 이와 함께 특정 4주 동안의 주 평균 근로시간이 64시간을 넘겨서도 안 된다. 한도 삭감과 마찬가지로 특정 기간에 근로자가 너무 많이 일을 몰아서 하는 것에 일부 제한을 둔 것이다. 어느 것이 유리할지는 회사 상황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회사가 근로자 대표와 합의해 선택하게 된다.
‘선택근로제’ 기간도 늘린다. 지금은 전 업종 1개월, 연구·개발은 3개월인데 이를 전 업종 3개월, 연구·개발은 6개월로 늘린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가 아빠는 자녀 등원 후 오전 10시쯤 다소 늦게 출근하고, 엄마는 자녀 하원을 위해 오후 5시에 일찍 퇴근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 휴가를 많이 쓰도록 유도한다. 실근로시간을 줄이려면 결국 일하는 날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도입하는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를 이용할 경우 야근한 시간이 총 16시간이 되면 최소 24시간(16시간×1.5)의 휴가를 받게 된다. 3일의 휴가가 추가로 생기는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생긴 휴가에 연차휴가를 더해 장기휴가도 갈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잘 활용하면 ‘제주도 한 달 살기’ 등도 가능해진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병원 진료 등을 위해 시간 단위로도 휴가를 쓸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