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2000년대 출생인 MZ세대가 주축인 서울교통공사 새 노조가 15일 인터넷 속 3차원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Metaverse)’에서 노조 출범식을 열었다. IT 기업이나 금융권 등 민간에서 종종 메타버스를 활용해 행사를 여는 일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조직 문화가 보수적인 공기업에서 메타버스로 행사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에는 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노조 2개가 있다. 이날 출범식을 연 ‘올(ALL)바른노조’는 세 번째 노조다. 조합원 500여 명 중 20~30대 비율이 90%에 이른다. 젊은 직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교통공사에서도 심각한 불공정을 만들고 있어 새 노조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교통공사는 2018년 3월 무기계약직 1288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기존 공채 직원들과 같은 임금 체계에 편입시켰다. 여기에 최근에는 민간 위탁 형식으로 운영되던 콜센터 상담사를 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올바른노조 송시영 위원장은 “경쟁을 뚫고 입사한 직원들은 채용 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큰데, 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인 기존 노조 2곳은 정치적 행보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많다”며 “젊은 노조만의 참신함을 드러내고 싶어서 색다른 출범식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올바른노조 출범식은 이날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 ‘이프랜드(ifland)’에 만든 가상의 공원에서 열렸다. 이 공원에는 실제 공연장처럼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무대와 객석이 있는 행사장이 마련됐다. 예비 조합원 100여 명은 각자 만든 3차원 캐릭터(아바타)로 가상 행사장에 들어왔다. 캐릭터마다 별명(닉네임)도 붙었다. ‘토니’ ‘로빈’ 등 영문 이름부터, ‘불공정한 회사 우리가 바꾼다’ ‘공채가 죄는 아니잖아’ ‘원칙 있는 세상’ 등 하고 싶은 말을 별명으로 정한 사람도 있었다.
출범식이 시작되자 송시영 노조위원장의 캐릭터 ‘토니’가 가상의 무대 위로 올라왔다. 송 위원장은 “직원 처우를 살피는 노조의 본질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조은호 부위원장이 “민노총, 한국노총 등 상위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조합원이 내는 조합비도 조합원 처우를 위해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이날 수평적인 노조 문화를 위해 일부 IT 기업에서 하는 것처럼 앞으로 조합원끼리는 서로 별칭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조 부위원장도 자신을 ‘부위원장’ 대신 별명 ‘로빈’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조합원들은 집행부 발언이 나올 때마다 공감한다는 의미로 끊임없이 ‘하트’ 이모티콘을 화면에 띄웠다.
출범식이 끝난 뒤 기념 촬영도 했다. 조합원 수십명의 캐릭터가 무대 위로 올라와 각양각색의 포즈를 취했다. 사진 촬영이 끝나자 “(새 노조가 출범한) 기분 좋은 날인데 다 같이 올라와서 춤추자”는 제안이 나왔다. 최신 가요가 흘러 퍼지더니 무대 위에 올라온 캐릭터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올바른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노조 활동도 메타버스나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많이 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