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 체첸공화국이 전통 음악을 지키기 위해 너무 빠르거나 느린 음악에 대한 금지령을 내렸다.
11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무사 다다예프 체첸 문화부 장관은 지난 5일 음악가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모든 음악과 성악, 안무 구성을 80~116 bpm의 템포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아티스트들은 기존의 곡을 오는 6월 1일까지 새로운 템포 기준에 맞게 편곡해야 한다. 이 기준에 맞지 않는 곡은 앞으로 공연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체첸공화국 수장인 람잔 카디로프가 “체첸 음악을 체첸 정신에 부합하도록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진행됐다. 러시아 모스크바타임스는 “보수적인 무슬림이 대부분인 체첸의 엄격한 문화 규범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체첸의 대중음악 및 전통음악은 대부분 80~116 bpm 범위 내에 있어서, 사실상 팝과 테크노 등 서방 음악을 겨냥한 음악 단속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다다예프는 “음악 문화를 다른 사람에게서 빌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번 조치는 체첸 정신과 일치하는 음악 및 창작물을 미래 세대에 전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미 폴리티코 신문과 리서치업체 스테티스타는 체첸에서 금지될 음악과 허용된 팝을 분류해 보도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테일러 스위프트의 메가 히트곡 ‘Cruel Summer’은 170bpm, 비욘세의 ‘Single Ladies’는 193bpm으로 새 기준보다 너무 빨라서 퇴출된다. 빌리조엘의 ‘Uptown Girl’도 129 bpm으로 체첸에선 들을 수 없다.
반대로 영화 ‘타이타닉’ OST인 ‘My Heart Will Go On’은 67bpm, 에이미와인하우스 ‘Rehab’은 72bpm으로 기준보다 너무 느리기 때문에 체첸에서 금지된다.
비욘세의 ‘Halo’ (80bpm), ‘Crazy in Love’ (99bpm)과 핑크퐁 동요 ‘아기 상어’(115bpm)는 기준 안에 들어 들을 수 있다.
한편 체첸은 조지아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연방 소속의 이슬람 자치공화국이다. 체첸 수장인 카디로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추종자로 알려졌다. 2007년부터 체첸공화국을 통치한 그는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에 충성하는 대가로 권력을 휘두르며 인권 탄압 논란을 일으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