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오는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평화 협상에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로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직접 협상이 마침내 성사되게 됐다. 다만 일찌감치 “직접 협상장에 나가겠다”고 밝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여전히 밝히지 않았다. 만약 푸틴도 협상 테이블에 나설 경우, 중동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스탄불을 전격 방문해 미·러·우크라이나 3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15일 이스탄불에 도착해 우크라이나 측을 기다릴 것”이라며 “러시아는 협상을 준비하고 있고, 현재로선 이것이 말할 수 있는 전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여부나 러시아 측 대표단 구성에 대해선 아직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누가 러시아를 대표하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에 “오는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직접 만나 협상하자”고 제안했다. 젤렌스키는 이에 “튀르키예에서 가서 푸틴을 직접 기다리겠다. 그가 오기를 기대한다”며 사실상 정상회담을 역제안했다. 또 13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중동 순방길에 나서는 트럼프도 초청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키이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참석을 요청했다”며 “그가 온다면 푸틴의 참석에 추가적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도 12일 기자회견에서 “튀르키예에 (푸틴과 젤렌스키) 두 지도자가 참석할 것으로 믿는다”며 “(나도) 거기에 가는 걸 실제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13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연 기자회견에선 “튀르키예에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간다”고 했다. 푸틴의 방문 여부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로이터는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와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담당 특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협상에 대비해 이미 이스탄불로 이동 중”이라며 “젤렌스키도 앙카라로 향했고, 푸틴이 이스탄불에 오면 다시 그곳으로 갈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일단 협상에 대해 ‘큰 기대는 않는다’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국영 타스통신에 “현재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접근법을 보면 그들의 입장은 ‘협상 불능’이라는 말로 가장 잘 설명된다”고 했다. 또 협상 의제와 관련해선 “우선 갈등의 근본 원인과 우크라이나 정권의 ‘비(非)나치화’를 해결해야 하며, 러시아가 새로 편입한 영토에 대한 국제적 인정도 안정적 해결의 전제”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기존 입장을 이번 협상에서도 계속 내세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는 이에 대해 “푸틴은 전쟁이 끝나기를 원하지 않고, 휴전도 원하지 않으며 어떤 협상도 원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또 “푸틴이 15일 회담을 거부한다면 이는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란 명확한 신호”라며 “미국이 러시아에 가장 강력한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푸틴의 반응이 아직 없지만, 나는 튀르키예로 향할 것“이라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14일이나 15일 앙카라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