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카메라를 향해 방긋 웃으며 장난을 친다. 가끔은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거나, 놀라 눈이 동그래지기도 한다. 댓글 창에는 “너무 귀엽다” “내 아이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달린다. 아이의 나이대는 신생아부터 유치원생까지 다양하다. 지극히 일반적인 유튜브 ‘육아 브이로그’에 대한 설명이다.
전 연령층에서 크리에이터 인구가 늘면서, 부모가 자녀를 유튜브·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출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이른바 '공유(Share)'와 '육아(Parenting)'의 합성어인 '셰어런팅(Sharenting)'이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날 수 있고, 초상권을 비롯한 아동의 권리가 침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관련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셰어런팅은)아이의 성장 과정을 기록한다는 의미인데, 사실 개인적으로 보관하는 것과 남에게 노출하는 건 아주 다르다"고 했다.
이어 "만약 아동·청소년이 방송에 출연하면, 명백한 수익 창출 행위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지침과 가이드라인이 있다. 그런데 1인 미디어의 경우엔 콘텐츠 제작 과정이 밖으로 노출되지 않는다. 주로 가정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외부에서 관여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콘텐츠를 제작할 땐 아이의 안전은 물론, 성장 후 아이가 느낄 기분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간혹 (아이의 모습을)자연스럽게 담는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촬영하고 업로드하는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자녀의 모습을 온라인 플랫폼에 올릴 땐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할까.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지난 1월, 금융산업공익재단의 후원을 받아 '온라인콘텐츠 속 아동인권보호 체크리스트'를 제작했다. 총 11개 항목으로 제작준비단계, 제작단계, 유통단계로 나뉜다.
제작준비단계의 3개 항목은 '아동·청소년 출연자에게 콘텐츠의 내용과 취지, 플랫폼, 수익 창출 및 배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제작단계의 5개 항목은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영상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지'와 '출연자가 성적 대상화나 부당한 차별에 노출되지 않았는지' 등에 집중했다.
마지막으로 유통단계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았는지' 혹은 '수치심이나 심리적 상처를 입을 여지가 있는지' 등을 점검토록 했다.
정 원장은 "아동이 성장 후 불편하게 여길만한 장면에는 나체 등이 포함된 장면은 물론이고, 사소하고 귀여운 실수를 하는 장면도 해당될 수 있다"면서 "그런 장면이 대체로 재미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겠지만, 조회수와 아동권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라고 짚었다.
또 "자기 의사로 동의하기 어려운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출연을 되도록 지양하는 게 좋고, 만약 불가피하다면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도 했다.
정 원장은 1인 미디어 분야에서 아동권리 침해에 대한 제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은 대부분이 임의 규정 및 권고다. 온라인콘텐츠 속 아동권리 침해가 심각한 경우엔 적극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강제 규정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작한 체크리스트가 유튜브·틱톡·릴스 등에 (영상을)올리기 전에 '팝업'처럼 떠서, 사람들이 미리 점검할 수 있게 만들면 좋을 것 같다. 그러려면 기업과의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셰어런팅과 관련한 국내 제도는 아직 구비 중에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5월 학부모와 지도 교사를 대상으로 '셰어런팅 교육과정' 신설을 발표해 아동·청소년의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고 범죄를 방지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강운지 리포터(kuj010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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