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로고.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회계연도 2분기(12~2월) 사상 최대 손실을 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며 최악의 침체가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28일(현지 시각) 미국 마이크론은 2023년도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매출 36억9000만 달러(약 4조7888억원), 영업손실 23억1000만달러(2조 9979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나 감소한 수치로 금융 투자사들의 예측치였던 매출 37억1000만 달러에도 못 미쳤다.

국내 업체들보다 한 달 먼저 발표하는 미국 업체의 실적은 업황을 가늠해보는 바로미터가 된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전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1분기(1~3월)에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도 3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이다.

다만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부터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상황을 지나 수요와 공급이 정상 범위로 맞춰질 것이라는 기대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고객의 재고 상황이 점점 나아지고 있고, 업계의 수급 균형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시장의 ‘바닥론’에 부응하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그는 특히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이번 분기 매출이 저점을 찍고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며 “데이터센터 고객 재고가 올해 말까지 비교적 정상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챗GPT 등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세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메흐로트라 CEO는 “챗 GPT와 같은 AI 시장의 폭발적 성장 등으로 시장 반등의 기미를 엿보고 있다”며 “2025년에는 기록적인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에 20%가량 급락했으며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9일 트렌드포스는 1분기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D램 공급업체의 생산 축소로 D램 평균 판매 가격이 20% 급락했다고 밝혔다. 가격 하락폭은 2분기에 10~15%로 둔화할 전망이지만 당장 하반기에 수요가 회복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