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내에서 ICT(정보통신기술) 부문 주축인 SK스퀘어와 SK텔레콤이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손잡고 앱스토어(앱장터)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서비스 등의 유럽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SK스퀘어 자회사인 원스토어가 운영하는 앱 장터 서비스 ‘원스토어’와 SK텔레콤이 운영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서비스 ‘이프랜드’의 유럽판을 도이치텔레콤과 협업해 내놓겠다는 것이다. 도이치텔레콤은 13국에 걸쳐 가입자 수가 2억명이 넘는 유럽 내 대표적 통신 기업이다.
8일 SK스퀘어와 SK텔레콤에 따르면,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5일(현지 시각) 독일 도이치텔레콤 본사에서 팀 회트게스 회장과 클라우디아 네맛 부회장을 만나 ICT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회사 관계자는 “각 사에서 주요 ICT 사업을 담당하는 임원 10여 명도 함께 참석했다”며 “구체적 시점이나 내용은 좀 더 논의해야 하지만, 일단 유럽 진출이라는 큰 방향은 정해진 셈”이라고 했다.
◇CEO끼리 직접 만나 협력 논의
원스토어는 구글과 애플이 장악한 앱스토어 시장에서 운영 중인 토종 앱스토어 서비스다. 이날 SK스퀘어와 도이치텔레콤은 유럽 시장에도 원스토어와 같은 현지 앱스토어 사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고 한다. 이에 양 측은 유럽판 원스토어를 추진하기 위해 합작 회사인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안과 지분 투자 문제 등을 추가로 협의하기로 했다.
또 이날 도이치텔레콤과 SK텔레콤은 메타버스 플랫폼 서비스 ‘이프랜드’의 유럽 진출에도 손을 잡기로 했다. 두 회사는 일단 올해 안에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 각 지역에서 이프랜드의 시범 운영을 함께 진행할 뿐 아니라, 유럽 시장을 위한 메타버스 콘텐츠 발굴과 고객 마케팅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독일의 특정 도시를 본뜬 가상공간과 전용 아바타 등을 개발하는 것도 포함된다. 양 측은 중·장기적으로 유럽 지역 메타버스 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SK스퀘어의 자회사 SK쉴더스와 도이치텔레콤의 보안사업 자회사인 도이치텔레콤 시큐리티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도이치텔레콤 시큐리티는 SK텔레콤과 SK쉴더스가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영상분석 기술인 ‘비전AI’를 유럽 시장에서 선보이고 사업화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비전AI는 영상을 분석해 사물의 종류와 동작까지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기술이다.
◇통신 외(外)까지 확대됐지만…
도이치텔레콤과의 이번 ‘ICT 동맹’은 지난 2018년부터 SK텔레콤이 도이치텔레콤과 이어온 협력 관계가 SK스퀘어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두 회사는 2019년에도 5G(5세대이동통신) 분야에서 기술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번에는 더 나아가 앱스토어, 메타버스 등 비(非)통신 영역으로 협력관계를 확대한 것이다.
여기에는 영향력이 너무 커져버린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EU(유럽연합) 차원의 견제 움직임도 핵심 요인으로 관측된다. 한·독 양국의 두 회사가 유럽에서 한국 토종 앱장터인 원스토어나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과 유사한 플랫폼올 만들어 구글·애플이나 메타에 맞서보자는 것이다. 유럽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상당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성공 여부에 대해선 아직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원스토어는 국내 앱장터 시장에서 점유율이 약 15%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약 72%)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메타버스 서비스는 이 분야에 뛰어든 대부분의 IT 기업들도 아직 수익성 방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