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뜨거웠던 전 세계 벤처 투자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경기가 침체하면서 스타트업 투자 업계도 주춤하고 있다.

5일(현지 시각)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인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벤처 투자액은 1600억달러(약 195조원)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투자액(1490억달러)보다는 많지만 작년 4분기(1840억달러)보다는 13% 감소했다. 직전 분기보다 투자액이 줄어든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스타트업에 투입되는 자금이 줄면서 분기별 탄생하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수도 감소했다. 올 1분기 전 세계에 새로 등장한 유니콘은 129개로, 작년 4분기(146개)보다 적다.

글로벌 벤처 투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며 최근 상장한 테크 기업과 비상장 스타트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재조정됐기 때문이다. 작년 미 증시에 상장한 핀테크 업체 로빈후드, 메타버스 게임으로 알려진 로블록스, 후불 결제 서비스 어펌 등은 최근 6개월간 주가가 30~60% 폭락했다. 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대표는 “당시 기업 가치 책정이 과도했다는 반성이 나온다”며 “상장을 앞둔 스타트업들에 대한 평가가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핀테크 업체 스트라이프의 가치를 주당 41.81달러에서 최근 32.20달러로 낮췄다.

스타트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핀테크 스타트업 램프는 지난달 5억5000만달러를 시티와 골드만삭스에서 대출받았다. 투자받기 쉽지 않자 직접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린 것이다. 2년 전 시리즈A 투자를 받았던 우주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업체 슬링샷은 최근 시장 분위기가 안 좋자, 대규모 펀딩 대신 소규모 자금만 추가 조달하는 ‘연장 라운드’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