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배달·생활앱 ‘메이퇀뎬핑’의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 왕싱(王興)이 당시(唐詩)를 인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진시황에 비유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회사가 당국의 경고를 받은 데 이어 주가가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32조원 가량 증발했다. 그가 ‘제2의 마윈’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왕싱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당나라 시인 장갈의 ‘분서갱(焚書坑)’을 올린 건 지난 6일이었다. ‘책 태우는 연기가 사라지며 제왕의 업적도 스러졌다/ 함곡관과 황하만이 진시황 궁을 지키네/ 구덩이에 재 식기도 전에 산둥에 반란 일어나니/ 유방도 항우도 본디 책을 읽진 않았거늘’이란 내용이다. 진시황의 분서갱유(사상 서적을 태우고 유학자들을 생매장한 일)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아무리 사상 통제를 해도 유방·항우 같은 혁명을 막을 수 없다고 꼬집고 있다. 문화대혁명 시기 불온 서적을 태우고 지식인을 핍박했던 중국 공산당은 분서갱유라는 단어에 특히 민감하다. 이 시도 중국에선 대표적인 ‘반체제 시구’로 통한다.
왕싱이 이 시를 올린 건 메이퇀뎬핑이 최근 중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에 크게 시달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그는 “이 시는 나에게 가장 위험한 적은 항상 예상 밖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상기시켜 줬다”며 당국의 조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왕싱이 시를 올린 사실이 알려지며 구설이 확산하자, 메이퇀뎬핑 측은 “시를 삭제했으며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상하이시 당국은 지난 10일 여러 기업과의 ‘웨탄(約談·면담)’ 일정에 메이퇀뎬핑을 끼워 넣으며 강력 경고에 나섰다. 웨탄은 당국이 기업인 등을 불러 잘못을 성토하고 시정을 압박하는 제도다. 11일 홍콩 증시에 상장된 메이퇀뎬핑 주가는 6일 대비 12% 넘게 폭락했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텐센트에 이어 지난달부터 메이퇀뎬핑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다. 이 회사가 경쟁사를 시장에서 밀어내려 식당들에 ‘양자택일’을 강요했다는 이유였다. 중국 IT 업계에선 왕싱이 마윈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작년 10월 중국의 금융 규제를 ‘낡은 전당포’에 비교하는 발언으로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다. 이후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장이 전격 취소되고 알리바바는 지난 3월 역대 최고인 3조원 규모 반독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후폭풍이 몰아치는 동안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던 마윈은 거의 반년 만인 지난 10일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의 연례 ‘알리데이’ 행사에 나타났다. 홍콩 언론들은 “다소 야위었으나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