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 업체 핀둬둬는 인터넷 쇼핑몰이지만 PC 홈페이지 없이 모바일 앱만 운영한다. 중국 1위 이커머스 업체 알리바바가 다양한 채널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것과 달리, 모바일 앱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알리바바를 비롯한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은 초기 화면에 최대한 다양한 상품을 보여주고 검색 결과의 질을 중시하는 전략을 펼쳤다. 반면 핀둬둬는 모바일 앱에 처음 보이는 상품이 잘 팔리는 것을 최우선시한다. 고객의 취향이나 과거 구매 이력, 사는 지역과 연령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소비자 개개인에게 살 만한 상품만 쏙쏙 뽑아 보여주는 것이다.

백화점식 배열에 익숙한 인터넷 쇼핑 이용자들에 핀둬둬의 맞춤형 서비스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창업 6년 만에 알리바바의 이용자 수를 넘어섰고 시골·농촌 지역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핀둬둬는 AI를 소비자 개개인에게 최적화했다.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나이가 어떻든 구분을 두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최선의 해법을 제시했다. “대기업은 도시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백화점 대신 개인화가 성공 비결

핀둬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커머스 산업의 주도권은 IT 기술력과 발상의 전환으로 승부하는 기업들이 거머쥐고 있다. 미국 1위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을 위협하는 쇼피파이는 누구나 자신의 쇼핑몰을 만들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마케팅·결제·배송 등 온갖 기술을 제공하지만 소비자들은 ‘모든 것이 있는’ 아마존을 선호한다. 쇼피파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검색 1위인 구글과 손을 잡았다. 구글에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면 쇼피파이 입점 업체들의 제품이 먼저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쇼피파이는 같은 제품을 아마존보다 더 싸고 다양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아마존에 30%씩 수수료를 떼이는 것보다 구글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쇼피파이에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이창용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들어 테크 기술을 이용해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고객의 니즈를 먼저 알아채는 업체들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과거 중요했던 것이 대량의 물건을 얼마나 수급할 수 있느냐였다면 이제는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파악하거나, 수요를 직접 만들어내는 ‘기술력’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쿠팡은 MD 대신 개발자를 채용해, 쿠팡의 로켓 배송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쿠팡의 물류 창고는 품목별로 제품을 쌓아두지 않는다. 예컨대 분유와 튼살 크림처럼 완전히 유형이 다른 제품을 한군데에 둔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으로 만들어진 알고리즘이 아기를 키우는 젊은 엄마는 튼살 크림의 주 고객층이라는 걸 알고 이런 배치를 결정한 것이다. 밤늦은 시각에 들어온 주문도 다음 날 새벽 배송이 가능한 것은 적재 순서와 배송 동선(動線)을 최적화한 프로그램 덕분이다.

◇포털은 ‘쇼핑 허브’ 꿈꿔

네이버와 카카오도 강력한 플랫폼과 첨단 기술을 앞세워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네이버는 물건을 직접 팔지만 않을 뿐, 이커머스에 필요한 전 과정을 손안에 넣고 있다. 네이버에서 판매를 원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클릭 몇 번이면 스마트스토어를 열 수 있고, 상품·고객 관리도 네이버가 대신 해준다. 주문은 네이버 앱으로 하고, 결제는 네이버페이로 한 뒤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돈처럼 쓰는 포인트를 적립받는다. 이 포인트는 다시 네이버 쇼핑이나 웹툰에서 사용된다. 쇼핑을 활용해 결제와 금융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월 5200만명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을 앞세워 이커머스판을 흔들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핀둬둬가 모두 위챗이라는 중국 1위 메신저를 활용해 급성장한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카카오의 쇼핑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매출 5735억원을 올리며 100여 개가 넘는 카카오 계열사 중 매출 1위를 했다. 자신을 위한 쇼핑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쇼핑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견인한 실적이다. 최근에는 AI 추천 기능으로 젊은 층의 인기를 모은 여성 패션 1위 쇼핑몰 지그재그를 1조원에 인수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기술력과 우수한 개발자를 가진 쇼핑몰은 죄다 인수 대상으로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