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퍼컴 ‘후가쿠’.

일본이 개발한 수퍼컴퓨터 ‘후가쿠’(富岳)가 또다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능을 인정받았다. 코로나와 AI(인공지능) 연구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수퍼컴퓨터 기술에서 일본이 또 한 번 앞서간 것이다.

‘후가쿠’는 16일 국제수퍼컴퓨터학회(ISC)가 발표한 ‘세계 상위 500대 수퍼컴’에서 1위에 올랐다. ISC는 매년 6월과 11월 두 차례 계산 능력을 기준으로 상위 500대 수퍼컴퓨터 순위를 발표한다. 일본은 지난 6월 9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한 데 이어 2회 연속 왕좌를 지킨 것이다. 후가쿠는 지난 6월 발표에선 1초에 41경(京)5000조(兆)회 연산 성능이었는데 이번에는 44경2000조회로 업그레이드됐다.

2~4위는 미국 서미트(1초당 14경8600조회 연산), 미국 시에라(9경4640조회), 중국 선웨이 타이후라이트(9경3014조회)였다. 상위 500대 수퍼컴퓨터 중에서 국가별로 중국이 212대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113대), 일본(34대), 독일(19대), 프랑스(18대) 순이다.

일본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4~5년 전부터 매년 수천억원을 수퍼컴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수퍼컴이 AI·신약 개발 등 미래 산업 성패를 좌우하는 인프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일본 닛케이는 “미국은 당장 내년에 엑사급(1초에 100경회 연산)의 ‘오로라’를 내놓을 예정이고, 중국도 조만간 이에 버금가는 엑사급 수퍼컴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은 이번 ISC 조사에서 수퍼컴 3대가 톱 500에 들었지만 모두 돈 주고 사온 외국산이다. 이마저도 2018년 7대, 2019년 5대에서 매년 숫자가 줄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자체 기술 수퍼컴 제작 목표를 세웠지만 그때가 되면 주요국 수퍼컴과 성능격차가 1000배 이상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