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본 기사는 광고성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요즘 취미로 러닝이나 테니스 같은 운동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발목 염좌, 족저근막염 같은 족부 질환이다. 특히 발바닥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을 유발하는 족저근막염은 삶의 질 수직 하락의 원흉이다.
더 큰 문제는 빠른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족저근막염은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칭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오래 서있거나 계속 걸어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정형외과 전문의인 세브란스 병원의 심동우 교수(41)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족저근막염을 관리할 수 있는 깔창을 고안했다. 그를 만나 족저근막염 깔창 개발기를 들었다.
◇신기만 해도 스트레칭 효과를 주는 깔창
발이 우리 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에 불과하지만 90%의 충격을 버텨낸다. 각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망가지기 쉬운 부위다. 특히 밑창이 얇고 딱딱한 안창은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기능성 신발과 깔창을 만드는 스타트업 나인투식스의 ‘닥터깔창’은 발과 땅이 만나는 순간에 생기는 충격 에너지를 흡수해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주는 안창이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심동우 교수와 공동개발했다.
닥터깔창은 기존의 전접촉 안창의 아쉬운 점을 보완한 개념이다. 기성품이라 석고본을 뜰 필요가 없어서 번거롭지 않고, 가격 부담도 적다. 안창 발바닥 가운데 부분의 3개의 돌기가 발의 아치를 지지해 족저근막 접촉부위를 최대화한 구조다. 신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칭 효과를 줄 수 있다.
◇환자들이 ‘숙제’를 못 지켰던 이유
심동우 교수는 연세대 의대 졸업 후 연세대 정형외과학 석사, 인하대 정형외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7년까지 연대 의대에서 임상 강사로 활동하다가 인천에 있는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으로 옮겨 2022년까지 임상 조교수, 조교수를 역임했다. 2023년 모교인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로 돌아와 관절염, 골절, 당뇨발, 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 환자 등을 진료하고 있다.
- 정형외과 의사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신경외과와 정형외과를 두고 고민 중이었어요.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된 건 환자와의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신경외과의 환자의 경우 후유증이 남는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환자들을 대하면 퇴근 후에도 환자 생각에 전전긍긍할 제 모습이 뻔히 보였어요. 일할 때 깊이 몰입하는 성향이거든요. 환자가 병원을 떠날 때 아픔을 훌훌 털어버리고 건강하게 병원 문을 박차고 나서는 모습이면 좋겠다 생각했죠.”
- 그 선택은 옮았나요.
“네. 우선 재미있어요.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정형외과는 레고 같은 과목입니다. 비정형적인 대상을 의사의 손을 통해 조각하는 느낌이죠. 가장 흔한 질환인 골절의 경우, 반대쪽 팔이나 다리를 기준 삼아 무너진 쪽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망가진 부위를 바로 세우고, 형태가 이상한 것을 교정한다는 점에서 흥미롭죠. 아직 연구할 분야가 많다는 것도 정형외과의 매력입니다. 정형외과의 화두는 연골, 신경, 혈관인데요. 그중에서도 연골 질환인 관절염은 아직 정복하지 못한 질병입니다.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죠.”
- 그 중에서도 족저근막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인천에 있었을 때 진료 환자의 3분의 1이 족저근막염 환자였습니다. 육체 노동을 하거나 오래 서서 일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분이 많았던 탓이죠. 족저근막염을 제대로 치료하려면 의무감을 가지고 스트레칭을 해야 해요. 발을 덜 쓰는 것도 중요하죠. 환자들에게 그 두가지를 숙제로 줬는데요. 현실적으로 지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생계유지 때문에 서서 일하는 분들에겐 무용지물이었죠. 운동을 끊지 못해 게으르게 치료하고 싶어하는 환자도 많았고요. 자연스레 병원 밖에서도 족저근막염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압 발판에 서 있던 아버지 모습에 착안한 깔창
시중에 족저근막염 치료용 안창이 있지만 활용도가 떨어졌다. 석고로 발의 모양을 본떠서 발의 아치 전체를 지지하는 전접촉 방식의 안창인데,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가격이 20만~30만원대로 비싼 편이다. 문득 한의학 애호가인 아버지가 지압 발판에 종종 서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돌기를 잘 활용하면 발 전체를 받치지 않고도 발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돌기가 있는 족저근막염 안창 개발에 들어갔다.
- 족저근막염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족저근막은 발 뒤꿈치부터 중족골까지 이어진 근막입니다. 보행을 할 때 귀꿈치부터 시작해 중족골까지 쭉 차는 동작을 반복하는데요. 하루 1만보 걷는다 가정한다면 족저근막은 1만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합니다. 이런 활동을 평생 하는 것이죠. ‘족저근막염’이라는 이름 때문에 염증성 질환인 알지만 굳이 따지자면 일종의 노화입니다.”
- 어떻게 완화할 수 있나요.’
“족저근막염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하려면 근막을 충분히 풀어줘야 합니다. 운동선수들도 전속 물리 치료사를 고용해서 근육을 풀잖아요. 몸을 많이 쓰는 만큼 충분히 풀어줘야 하기 때문에 큰 돈을 쓰는 겁니다. 평소 많이 걷는 분들은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뭉친 근막을 풀어주는 중요합니다. 제때 풀지 않아서 통증을 느끼는 거니까요.”
- 고안한 안창의 구조가 궁금합니다.
“족저근막염 문제의 해결책으로 고안한 것은 ‘3 스파이크(돌기) 안창’입니다. 세개의 돌기가 발바닥 아치를 지지하면서 족저근막의 접촉부위를 최대화하는 구조죠. 시중의 전접촉 방식은 하중의 분산 면적을 최대화한 형태인데요. 3 스파이크 방식을 활용하면 안창이 발의 아치 전체와 닿지 않아도 뭉친 근막을 풀어줄 수 있습니다. 안창을 신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칭 효과를 누릴 수 있죠.”
- 구체적인 작동 원리를 알고 싶어요.
“돌기를 몇 개,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지가 관건이었는데요. 학술적 근거를 찾다가 건설공학을 공부한 지인을 통해 ‘굽힘 모먼트’(보에 어떤 하중이 가해질 때 발생하는 힘) 개념을 알게 됐어요. 건축물을 세울 때 지지대의 양끝에 가해지는 하중이 가운데보다 크다는 게 골자였는데요. 이를 돌기에 적용하면, 양 끝의 돌기에 더 큰 하중이 실립니다. 착용 시 가운데 돌기보다 양끝의 돌기가 더 아프게 느껴지죠. 보다 강한 자극을 주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겁니다.”
- 이 안창의 효과와 시험 결과도 알고 싶어요.
“난치성 족저근막염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전접촉 안창과 3 스파이크 안창을 무작위로 배분해 6개월 간 착용하게 했습니다. 이후 환자의 통증, 기능회복, 삶의 질 평가를 시행했는데요. 두 안창을 착용한 모든 환자들이 약 5.2주후 임상적으로 증상이 호전됐습니다. 통증 척도를 통한 비열등성(치료 효능이 나쁘지 않은 성질) 평가에서 두 집단의 차이는 없었어요. 다만, 3 스파이크 안창을 착용한 집단에서 기능적 회복이 더 빨리 발현됐습니다. 3 스파이크 안창이 전접촉 방식보다 굽힘 모멘트가 더 커서, 족저근막에 대한 자극 효과가 더 커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합니다.”
◇기능성 깔창 전문 제조사와 협업
2021년 족저근막염 환자를 위한 안창 개발로 큰 관심을 받았다. 언론에 수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다음 단계는 상용화다. 그의 연구 결과를 제품으로 녹여줄 업체를 찾아 나섰다. 의료기기는 그의 청사진과 거리가 멀었다. 보다 가격 부담이 적고, 누구나 착용할 수 있는 방식을 희망했다. 그 과정에서 나인투식스를 발견했다. 2017년 설립한 나인투식스는 기능성 깔창과 신발 제조사다.
- 나인투식스와 연을 맺은 과정이 궁금합니다.
“웹서핑으로 우리나라에서 깔창을 제조하는 업체를 찾아 나섰는데요. 생각보다 적었어요. 깔창을 판매하는 곳 대부분이 해외에서 물건을 소싱해서 파는 단순 유통사였죠. 자연스레 기능성 깔창을 직접 기획하고 제조까지 하는 나인투식스에 관심이 갔습니다. 이곳에 연락해 설진우 개발이사를 만났습니다. 설 이사는 아디다스 코리아 제 1대 지사장 출신으로, 신발 산업에 40년 몸담은 베테랑인데요. 미팅 30분 만에 ‘도전할만한 아이디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어요.”
- 어떻게 협업했나요.
“돌기 위치 같은 전반적인 형태는 제가 제시했지만, 깔창의 소재나 사용감 같은 디테일은 나인투식스에서 설계했습니다. 시중의 에어안창의 고질적 문제는 바람이 빨리 빠진다는 점인데요. 닥터안창은 산소 대신 질소를 주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질소 분자는 산소 분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에어백을 통과하는 투과성이 3배 정도 낮습니다. 안창에 주입된 질소는 압력의 손실이 적어서 쿠션감을 오래 유지하죠.”
- 개발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스파이크의 형태나 주요 재질은 빨리 결정했는데요. 최적의 사용감을 구현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예컨대, 질소의 경우 마냥 많이 들어가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기체가 발 구조와 보행 방식에 맞춰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발바닥이 받는 압력을 흡수, 분산해서 발을 편하게 해주는데요. 기체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에어백 전체 부피의 60%만큼만 기체를 주입했습니다. 최적의 질소 수준을 찾아내는데 적잖은 시간을 쏟아야 했죠.”
◇맨발로 황톳길 걷기, 누군가에겐 위험할 수 도 있어요
2023년, 약 1년 반의 개발 기간을 거쳐 ‘닥터깔창’을 출시했다. 블랙, 화이트 두 색상으로 36사이즈부터 48사이즈까지 있다. 230mm부터 295mm까지 아우르는 크기다. 운동화뿐만 아니라 하이힐이나 남성용 구두에도 깔 수 있을 정도로 얇다.
추후 닥터깔창을 활용해 임상 연구를 하는 게 목표다. 환자의 보행 습관이나 발에 가해지는 압력 분포 등의 데이터를 측정해 보행 습관과 다른 부위의 통증의 관계성을 파악하는 등 다양한 연구 주제가 그의 머릿속에 있다.
- 닥터깔창을 착용한 환자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초반에는 아프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저도 한 2달은 지나고 적응했어요. 통증은 청신호입니다. 그동안 발에 많은 하중이 가해졌는데, 풀리지 못하고 있다가 깔창을 통해 근막이 제대로 자극되고 있다는 의미죠. 그 아픔을 넘어가면 편하고 좋아지는 단계가 옵니다. 조금만 참아야 해요. 스트레칭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 의사는 바쁜 직업인데,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이런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뭘까요.
“많은 의사들이 공감할 텐데요, 여유 시간이 주어질 때면 유독 환자가 많은 질환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왜 해결이 안 될까, 치료비나 보조 도구가 그렇게 비싸야 하나, 제작 기간이 그렇게 길어야 할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죠. 사실 지금 주어진 것들이 최선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더 나은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합니다. 닥터깔창은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첫 사례고요. 나중에는 목발의 대안을 만들고 싶어요. 연세 지긋한 환자에게 목발은 또 하나의 짐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안 움직이게 할 수도 없고요. 대안이 될 도구를 구상 중입니다.”
-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한 건강관리 팁 알려주세요.
“요즘 맨발로 황톳길 걷기가 유행이라고 들었는데요. 혈액순환 촉진과 스트레스 관리 차원에서는 좋겠지만 발 건강 측면에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트렌드입니다. 족저근막의 하중을 높여서 발의 피로도를 높이고, 근막의 노화를 촉진할 수 있거든요. 특히 당뇨를 오래 앓은 분들이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면 큰일 날 수도 있어요. 상처가 나기라도 하면 큰 문제가 됩니다. 보행 시엔 가급적 쿠션감이 있는 신발을 착용하세요. 집에서도 슬리퍼를 신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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