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왼쪽)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 PET 영상. 정상인은 뇌에선 대사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 영상이 노랗고 붉게 보이지만, 알츠하이머 환자는 뇌신경이 손상돼 대사 작용이 줄어 파랗게 보인다. /위키미디어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을 늦추는 약이 개발됐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력 감소 증상을 치료하는 약은 나왔지만 질병의 진행 자체를 늦춘 약은 없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11일(현지 시각)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이 임상 2상 시험에서 치매 환자의 증상 진행을 32% 늦추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의 안전성 평가를 맡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론 슈나이더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임상 2상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도나네맙은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로 만들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덩어리를 형성하면 오히려 신경세포에 손상을 준다고 알려졌다. 지금까지 글로벌 제약사들이 베타 아밀로이드를 공략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려 수십 억달러를 투자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릴리는 지난 2년간 알츠하이머 치매 경증과 중등증 환자 27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기억력과 추론 능력을 검사하는 한편, 옷을 입고 식사를 준비하는 등의 일상생활 능력도 시험했다. 릴리의 수석과학책임자인 대니얼 스코브론스키 박사는 “항체 치료제 투여 6~12개월 만에 환자의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덩어리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UC샌프란시스코의 마이클 와이너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엄청난 뉴스”라며 “환자와 가족이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릴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추가 개발 과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마지막 임상 3상까지 마치려면 3~4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