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 도입말라” 시위하는 美 작가·배우들 - 지난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앞에서 작가, 배우 등 할리우드 종사자들이 AI 도입을 반대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할리우드의 대표 연예 에이전시(기획사) WME는 지난달 테크 기업 버밀리오와 함께 소속 배우나 연예인의 초상권을 활용한 인공지능(AI) 배우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WME에는 맷 데이먼, 휴 잭맨, 크리스찬 베일, 제시카 알바 등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소속돼 있다. AI를 통해 생성한 배우의 영상이나 이미지를 다른 기업이나 영화사에 판매하고, 사용료를 과금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허가받지 않고 딥페이크 AI 배우를 만들거나 사용할 경우 이를 추적할 수 있는 기능도 개발하기로 했다.

딥페이크처럼 AI 활용 기술이 발달하면서 연예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명 배우들은 자신을 본뜬 AI 트윈 배우를 활용해 더 많은 수익을 쉽게 창출할 수 있지만, 유명 배우의 스턴트 대역이나 단역 배우들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시작해 11월 종료한 할리우드 배우·연기자 노동조합의 AI발(發) 파업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할리우드 제작사와 노조가 체결한 계약에 따르면, 제작사가 생성형 AI 배우를 활용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며 “일부 출연자들은 이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했다.

AI 때문에 일감이 줄어드는 것은 배우뿐만이 아니다. 국내 영화·드라마 제작 업계도 SF(공상과학)나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이나 외계인 디자인을 생성형 AI에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재 판타지 작품을 촬영하는 한 드라마 제작자는 “AI에게 캐릭터와 드라마 배경을 설명과 함께 원하는 디자인을 제시하면 하룻밤 새 5만장이나 그려낸다”고 말했다. 최종 캐릭터는 사람의 손을 거치지만, 아이디어를 내고 틀을 잡는 역할을 전부 AI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괴수 캐릭터뿐 아니라 현실에 없는 배경이나 공간 디자인도 AI에게 맡기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I가 콘텐츠 제작 속도는 올리고, 비용을 줄였지만 동시에 아트 디렉터나 아티스트들의 역할도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